[조재원의도쿄통신]한류스타의파칭코광고

입력 2009-01-09 09:28:42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류드라마의 대명사인 ‘겨울연가’부터 ‘원조 그라비아 아이돌’아그네스 라무까지. 일본 파친코 광고의 간판이 갈수록 화려한 빛깔을 내고 있다. 현재 일본 광고계는 ‘파친코 CF의 홍수시대’라 불릴 만큼 새로운 파친코 메뉴를 알리는 15초의 전사들이 시도 때도 없이 전파에 오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고 광고비를 많이 투자하는 분야일수록 아이디어도 만발하는 법. 최근에는 왕년의 스타를 되살린 ‘추억의 감성 요법’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60,70년대를 풍미한 배우 카야마 유조의 과거 출연작에 유머러스한 대사를 더빙 처리한 광고, 풍만한 가슴을 자랑하는 ‘그라비아 아이돌의 원조’인 아그네스 라무가 왕년에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뇌쇄적인 눈빛을 날리던 장면을 재활용한 광고 등이 파친코를 즐기는 성인층을 공략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감성 기법의 붐은 지난해 상반기에 활약한 ‘겨울연가’파친코CF의 영향도 적지 않은 듯싶다. 일본에서 한류의 여전한 파워를 확인시켜준 대표적인 사례는 시리즈 2까지 이어진 ‘겨울연가’파친코였다. 애절한 주제곡이 흐르는 가운데 ‘준상’‘유진’을 외치는 배용준과 최지우의 드라마 속 명장면을 잘도 간추린 광고는‘겨울연가의 감동을 파친코에서 다시 한 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일본 전파를 빈번하게 장식했다. 그런데 사행심을 자극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파친코 광고가 백주대낮의 TV 전파까지 당당하게 점령한 것은 10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1998년 미성년자의 흡연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담배 광고가 금지된 이후 일본 광고계는 주요 고객의 이탈을 대부업체 광고로 채우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채무자를 양산한다는 비판 여론에 대부업체들이 광고를 자숙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한창 때보다 60%나 광고비를 줄인 대부업체 CF는 현재 ‘변제가 가능한가를 꼭 확인하고 돈을 빌리자’는 내숭의 메시지를 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과거에는 ‘광고하고 싶다’고 찾아와도 문전박대하던 광고회사들이 파친코 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모시기 시작했다. 일본의 CM종합연구소에 따르면 파친코 업계 광고비는 5년 사이 8배나 증가했다. 새로운 파친코 메뉴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은 터라 파친코 광고는 치고 빠지기 식으로 단기간에 집중돼 방송을 탄다. 광고수익 하락에 울상을 짓고 있는 방송사도 광고비를 팡팡 쓰는 파친코 업체를 구세주로 여기고 있으며 막후의 세계로 물러난 스타들도 짧은 기간에 수억 원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파친코의 얼굴 역을 사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친코 광고의 홍수시대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한국의 방송위원회에 해당하는 BPO(방송윤리 및 방송향상기구)에 파친코 광고의 범람에 대한 시청자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파친코 광고의 붐에 한류 드라마의 대표주자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반갑다고 해야 할까, 씁쓸하다고 해야 할까.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