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리앗’크로아티아상대희망쐈다!

입력 2009-01-17 08: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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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명승부였다. 최태섭 감독(47. 성균관대)이 이끄는 한국 남자 핸드볼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 첫 경기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세대교체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은 17일 오전 4시30분(이하 한국시간) 스플리트의 스팔라디움 아레나에서 열린 홈팀 크로아티아와의 제21회 국제핸드볼연맹(IHF) 남자 세계선수권대회 예선 B조 1차전에서 인상적인 경기 끝에 26-27, 1점차로 아쉽게 패했다. 크로아티아는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 핸드볼 우승을 비롯해 2008베이징올림픽 5위, 그해 유럽선수권대회 준우승 등의 저력을 자랑하는 세계적 강호다. 특히, 지난 2007년 독일대회에서는 한국에 전반전에 18-6으로 앞서는 등, 일방적인 우위 끝에 41-23 대승을 챙긴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윤경신(36. 두산)을 비롯해 백원철(32. 일본 다이도스틸), 한경태(32. 스위스 오트마), 조치효(39. 독일 바링겐) 등 해외파와 주전급 선수를 모두 포함시켜 크로아티아에 맞섰지만 세계 핸드볼의 높은 벽을 실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부상자 속출로 유일한 해외파 이재우(30. 일본 다이도스틸)를 포함한 신예들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이날 경기에 나서기 전 최 감독조차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승리보다 세계적 선수들을 상대로 경험을 쌓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날 스팔라디움 아레나에는 수용인원 1만2000명을 모두 채우고 넘을 만큼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좌석을 모두 채운 크로아티아 팬들은 바닥이 울릴 정도의 엄청난 함성으로 경기 내내 자국팀 크로아티아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등 한국은 최악의 조건 속에 크로아티아전에 나섰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한국은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할 만큼 놀라운 플레이로 크로아티아를 밀어붙였다. 전반 초반 크로아티아의 장신 공격수들에게 잇따라 공간을 허용했던 한국은 3점차로 뒤지고 있던 전반 23분 이재우(30·일본 다이도스틸)의 추격골을 시작으로 김태완(29·하나은행), 박중규(26·두산), 윤시열(25·하나은행)이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전세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또한 22-23, 1점차까지 따라 붙은 후반 20분에는 박찬용과 이은호(20. 경희대)의 연속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교체투입된 골키퍼 강일구(33·인천도로개발공사)의 놀라운 4연속 선방으로 점수차를 유지하는 등 선전했다. 한국은 당황한 크로아티아가 체격을 앞세워 파상공세를 펼치자 파울작전을 쓰며 경기 속도를 조절했고, 상대 공격 차단 후 이어진 속공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득점을 성공시켰다. 이밖에 크로아티아 장신 수비진에 맞서 좌우 측면으로 공을 돌리다가 한 순간에 중앙으로 패스를 연결, 수비수 2~3명 사이로 골을 결정짓는 등 기대 이상의 기량을 선보였다. 비록 한국은 동점상황이던 경기 종료 2분 전 세트플레이 찬스를 성공시키지 못하며 크로아티아 역습에 실점을 허용, 통한의 패배를 당했지만 이날 경기를 지켜본 핸드볼계 관계자들과 각국 취재진들은 ″한국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태섭 한국 감독이 ″(경기)내용에서는 한국이 승리했다고 본다″고 말한 반면, 리노 세르바르 감독이 경기소감을 묻는 질문에 침통한 표정을 지은 것은 이날 경기 결과를 받아들이는 양 팀의 모습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B조의 유력한 본선진출 후보 스웨덴, 스페인의 취재진은 크로아티아전을 끝낸 한국 선수단에 질문을 쏟아내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당초 본선 진출과 신예 발굴을 목표로 삼았던 한국남자핸드볼이 과연 남은 예선 일정에서 어떤 모습으로 세계 핸드볼계를 놀라게 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플리트(크로아티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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