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용병덕좀볼까?

입력 2009-01-24 12: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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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과장 좀 보태서 용병만 잘 뽑으면 우승한다. 배구는 용병 수준이 가장 높다. 자국 국가대표 급 선수들이 국내에 들어온다. 워낙 전 세계에 선수들이 많아 입맛대로 다양하게 고를 수 있는 축구는 또 그 만의 매력이 있다. 그렇다면 야구는? 좀 애매하다. 1998년 처음 이 땅에 시행된 외국인 선수 제도는 2라운드로 뽑히고도 역대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남은 타이론 우즈(OB, 두산), 무려 7년이나 한국 무대에서 활약한 제이 데이비스(한화) 등 많은 스타(혹은 그 반대의 기량으로 알려진 선수도 있었지만)를 배출했다. 당초 외국인 선수들의 영입으로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25명, 26명이 경기를 하고 타자로는 9번을 돌아야 한 번, 투수로는 5일에 한 번밖에 나올 수 없는 야구의 특성 상 그런 걱정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크지 않았던 게 사실로, 오히려 각 팀들의 아킬레스건을 채워주며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최초의 트라이아웃 제도가 자유계약으로 바뀌고, 12만 달러의 연봉 상한선은 10년이 지나며 30만 달러까지 올랐다. 2명 보유 2명 출전의 제도가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구단과 선수 협회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건 용병의 덕을 보며 쭉쭉 치고 올라가는 팀이 있는 반면 용병의 부진함 때문에 속을 끓이는 팀이 있는 것도 여전하단 점이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미미했던 데에 많은 외부적인 요인을 찾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 만큼 한국 야구의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갔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98년도에 최초로 한국 무대를 밟은 용병들이 한국 야구의 수준을 더블 A정도, 간혹 선심 써서 트리플 A정도로 평가했던 것에서 벗어나 WBC 4강과 올림픽 우승의 연이은 국제대회 성공을 거둔 한국 야구는 이제 변방에서 중심으로 강력하게 올라섰다. 물론 마이너스 옵션 때문에 다는 받지 못했다지만 심정수가 연 평균 7억 5천만원으로 KBO 최고 연봉 1위에 오른 바 있고, 양준혁과 김동주가 7억, 박진만이 6억을 받는 현 시점에서 최고 연봉의 약 55%에 달하는 30만 달러(약 4억 1천만원)의 금액으로 구단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용병 카드를 찾아오는 일도 분명 쉽진 않은 일이다. 그래서 부자 구단들 사이에서는 웃돈을 주고 30만 달러 이상의 선수를 데려오는 일이 있다는 뒷말이 나올 정도이니. 결국 구단들은 점점 전반적인 기량보다도 검증이 된 선수들을 찾는데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했다. 국내의 다른 팀이나 특히 일본에서 선을 보였던 선수들을 데려와 아시아 야구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했다. 올해도 KIA의 닉 구톰슨, SK의 크리스 니코스키, 두산의 맷 왓슨 등이 일본 야구 출신으로 새롭게 한국 무대를 밟게 됐다. 삼성만이 일본리그 경험이 없는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 2명을 새로 보강했다. 2007년 리오스가 외국인으로 MVP를 수상하긴 했지만 최근, 특히 지난해 외국인 선수의 덕을 본 팀은 그리 많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 중에서는 가르시아 신드롬을 일으킨 롯데를 제외하면 모두가 흉작이었다. ‘우리가 용병만 잘 뽑았어도 더 좋은 성적을 냈을텐데..’ 하며 아쉬워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제 다들 외국인 선수 한 명이 전체적인 프로야구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파괴력을 갖추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용병 로또’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서 모두 깨어나 전반적인 선수층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용병은 어떻게 보면 이제 보너스 같은 이미지가 됐다. 올해는 과연 어느 팀이 그 달콤한 보너스로 용병 덕을 보며 시즌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게 될지 8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 영입이 다 끝난 현재 앞으로 희비가 엇갈릴 감독들의 표정이 사뭇 궁금해진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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