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포스트게임]야구협회‘무모한마케팅’

입력 2009-0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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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 스포츠단에서 가장 일하기 어려운 부서가 마케팅부다. 성적이 좋을 때는 별 문제가 없다. 마케팅 영업도 평소보다 잘되고 윗사람들이 크게 간섭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성적이 나빠지면 마케팅부서는 비상이다. 팀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실적마저 저조해 안절부절이다. 사장과 단장은 마케팅 부서의 직원들을 향해 “아이디어를 내라”며 다그친다. 마케팅 아이디어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최근 언제 후보로 나섰는지도 몰랐던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이 대한야구협회장에 선출됐다. 정치인의 부정적인 시각을 의식했는지 선출된 뒤 “정치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스포츠 마케터로서 능력을 높이 사 야구인들이 추대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선출부터 문제를 안고 있더니 집행부 인사를 보니 시계를 한참 거꾸로 돌려 놓았다. 과거회귀가 이 시대의 트렌드인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그동안 대한민국 아마추어 단체 협회장에 스포츠 마케팅을 앞세워 선출된 분은 강승규 회장이 처음인 듯 싶다. 프로 스포츠 팀도 마케팅이 어려워서 미국에서 연수까지 하고 온 직원이 절절 매는 판에 아마추어 단체장이 마케팅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국내 스포츠 마케팅 시장은 매우 작다. 물론 개척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는 콘텐츠의 경쟁력이 없어서 마케팅이 설 땅이 없다. 현재 국내 스포츠 마케팅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곳은 국가대표팀 축구팀과 프로 구단 뿐이다. 프로 구단도 야구외에는 마케팅 부서의 역할이 매우 미미하다. 구색만 갖춘 구단도 많다. 스포츠 마케팅은 콘텐츠와 직결돼 있다. 게다가 방송사의 중계가 없으면 마케팅의 영역을 넓힐 수가 없다. 프로야구는 장기레이스다. 하루에 4군데서 쉼없이 경기가 벌어진다.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킨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제리 로이스터 감독 영입과 맞물려 콘텐츠가 좋아지면서 마케팅이 성공한 예다. 사실 미국 스포츠에서 잔뼈가 굵은 로이스터의 아이디어가 효과를 본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롯데는 잠재돼 있는 시장을 파묻어 놓은 구단이었다. 콘텐츠와 마케팅의 예를 들어보자. 지난 시즌 LA 다저스는 8월1일에 매니 라미레스를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트레이드해왔다. 라미레스는 오자마자 홈런과 적시타를 날리며 LA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마케팅부서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라미레스의 전매특허인 길게 땋아 내린 머리(dreadlocks)를 가발로 만들어 판매했다. 라미레스라는 콘텐츠가 있었기에 마케팅 공략이 가능했다. 대한야구협회에서 어떤 콘텐츠로 마케팅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까. 경기당 1000명도 구경하지 않는 아마야구에서 마케팅 성공은 사실상 어렵다. 미국처럼 대학풋볼, 대학농구 등이 인기를 누리는 곳은 아마추어도 돈벌이가 가능하다. 한국은 여건상 아마추어에서 마케팅을 통한 돈벌이가 쉽지 않다. 강 회장이 마케팅의 달인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돈벌이에 아이디어를 낼 게 아니라 아마추어 야구를 제자리에 놓는게 더 시급하다. 심판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고 선수들이 폭력없는 학원 스포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부터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인사를 보면 조직의 예측도 가능하다. 새로 임명한 현 집행부는 마케팅은 고사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로 돌아가 있는 조직이다. 문상열.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 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 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원스포츠. 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 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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