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사회4시간회의]“유영구외대안있나”한명한명확인

입력 2009-0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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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구단사장단말통해재구성
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2009년 제1차 프로야구 이사회는 4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로 진행됐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모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총재 선임건과 관련해 8개구단 사장들은 1시간 가량 집중적인 회의를 한 뒤 만장일치로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추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사회 순간들을 사장단의 말을 통해 재구성해본다. ○하일성 총장은 나가주시오 이날 오전 9시에 열린 이사회에는 8개구단 사장(KIA는 한화에 위임) 및 KBO의 하일성 사무총장, 이상일 총괄본부장, 이진형 홍보부장이 참석했다. 이사회 의장은 KBO 총재가 맡게 돼 있으나 신상우 총재가 사퇴한 상황이어서 SK 신영철 사장이 “대리 의장을 내가 맡겠다”는 뜻을 나타낸 뒤 의장봉을 쥐었다. 신 사장은 이어 하 총장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말했다. 하 총장이 “밖에서 나오는 얘기들은 오해다”면서 차기 총재 추대를 위해 자신이 물밑에서 움직인다는 소문에 대해 해명을 했다. 그러자 신 사장은 “이제 의결권이 없는 사람은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야구규약에 따르면 이사회는 총재, 사무총장, 이사(사장단)로 구성되는데 사무총장은 이사회 의결사항에 대한 표결권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하일성 총장과 이상일 본부장, 이진형 홍보부장은 회의장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구단주 총재 후보 있습니까 이사회는 KBO 관련 인사들이 자리를 뜨자 곧바로 신임총재 선임건을 놓고 회의를 진행했다. 우선 구단주 중에 총재를 맡을 후보가 있는지부터 파악했다. 최근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과 함께 삼성 이수빈 구단주가 후보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신 사장은 삼성 김응룡 사장에게 진의를 파악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이수빈 구단주는 총재를 맡을 의향이 없다는 사실을 김 사장이 밝히자, 신 사장은 “다른 구단주 중에는 후보가 없느냐”며 각 구단 사장들에게 일일이 확인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서 구단주 중에는 후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영구 이사장 외에 대안 있습니까 신 사장은 다시 유영구 이사장을 후보에 올려놓고 회의를 진행했다. 각 구단 사장 한명, 한명을 지명하면서 “유영구 이사장 아닌 대안이 있는 분은 얘기하라”면서 확인작업을 했다. 그 사이 모 사장이 “바쁘다”며 일어서려고 하자 신 사장은 “후보를 확실히 밝히고 나가라”고 말하면서 자리에 주저앉혔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뜬 사장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유 이사장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만장일치로 새 총재로 추대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면서 무보수 등 새 총재의 조건을 놓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추대후보 공개 여부로 마지막 진통 새 총재 후보를 결정하기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이날의 의결사항 발표문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추천후보 이름을 밝히느냐 마느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사장이 “오늘은 총재 후보 이름을 밝히지 말자”고 주장했기 때문. 그러나 어차피 유 이사장 외에 마땅한 후보도 없고, 이미 보도를 통해 유력한 후보로 밝혀진 만큼 발표문건에 이름을 명확히 표기하자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사장단이 이례적 발표문안 작성 통상적으로 이사회 의결사항은 KBO 측에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날은 사장단이 직접 문구를 만들었다. 이례적이다. 의결권이 없는 사람이 의결사항을 발표하다보면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장들은 토씨 하나에도 신경을 써서 발표문안을 작성했다. ○나머지 회의는? 이날 사장들은 선수협이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왜 반대성명을 발표했는지, 그 진의를 파악하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총재 후보를 추대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수협이 특정후보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세우며 후보자의 흠집을 내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시기와 절차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장들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전체 의견이 아닌 사무총장 개인의 정치적 견해라고 파악했다. 또한 올해 첫 이사회인 만큼 신임총재 선임건 외에 중요한 의결사항들이 이어지면서 장장 4시간에 걸친 마라톤 이사회가 진행됐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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