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남’은괴로워!…촬영지마다‘구름인파’인기후유증

입력 2009-0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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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전방불게릴라섭외‘무용지물’
“이동하면서 촬영장소를 급하게 바꿔도 정말 귀신같이 찾아내요.” 어떻게든 숨기려고 애쓰는 쪽과 기어이 찾아내는 쪽의 치열한 싸움. 무슨 첩보 드라마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기 최고인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의 촬영을 둘러싸고 제작진과 팬들이 매일 벌이는 진풍경이다. 화제 만발인 남자주인공 ‘F4’ 등 연기자들을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한 팬들과 매번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정상적인 촬영을 제대로 못하는 제작진간에 숨바꼭질이 이어지고 있는 것. 드라마의 인기가 높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제작진이 겪는 인기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일단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장소의 촬영이 어렵다. 최근 이민호와 구혜선이 청계천에서 데이트 장면을 찍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갑자기 몰려든 팬들 때문에 촬영장소가 급히 바뀌었다. 제작사 관계자는 “데이트 장면은 대본부터 청계천을 염두에 두고 작성됐는데, 장소가 공개되는 바람에 긴급회의 끝에 바꿨다”며 “청계천 야경을 배경으로 찍으려다 불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은 작가에게 ‘대본 쓸 때 공공장소는 가능하면 피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다”며 “서울 돈암동 죽 집이나 학교 외부 촬영자인 대구 계명대학교 비상계단 등은 팬들에게 너무 알려져 있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제작진이 선택한 방법은 게릴라식 촬영.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촬영장을 당일 결정해 출연진을 비롯한 극소수에게만 휴대전화로 알려주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곧 통하지 않았다. 촬영지로 이동하면서 장소를 정해도 어떻게 알았는지 팬들이 새 촬영장에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한 출연진 측근은 “대구로 이동하던 도중 충남의 한 지역으로 촬영장소가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갑작스런 변경에 우리도 당황했는데, 현장에는 팬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꽁꽁 숨겨도 귀신같이 찾아내고 있다. 오죽했으면 내부의 적(?)이 있는지 의심할 정도였다”라며 “촬영장 방문과 스케줄 공유는 제발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 촬영일정을 바꿀 때마다 150여명 스태프들이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 서로를 의심하며 불평하는 통에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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