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한국야구선진화,박물관을짓자

입력 2009-0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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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이 모두 소중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존이 중요하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이 땅에 야구가 도입된지 100년이 지났고, 프로야구가 27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박물관 하나 없는 것은, 한국 야구사에 오점이 아닐 수 없다. 굳이 쿠퍼스타운에 있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이나 도쿄돔의 ‘야구박물관’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야구가 좀 더 선진화되고 ‘문화적 향기’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야구박물관’이 시급하다. 이 땅의 첫 야구박물관인 제주도의 ‘한국야구 명예전당’은 1995년 이광환 전 감독이 사재를 털어 서귀포에 마련해 운영했지만 재정난 때문에 1998년 서귀포시에 운영권을 넘겼다. 그나마 그것도 서귀포시 청소년수련원 구석에 쓸쓸하게 자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산 볼파크에 있는 구단 역사박물관은 주로 삼성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2003년 처음 개장할 때, 역대 삼성 유니폼마저 구하지 못해 애를 먹다가 원년 멤버 장태수 코치의 도움으로 역대 전체 유니폼을 겨우 구했다. 장 코치는 “특별한 생각 없이 모든 유니폼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옷장 정리하면서 폐기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마침 ‘삼성역사관’이 개장한다는 소식에 기증하게 되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굳이 삼성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구단의 역사를 상징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라진 동대문야구장 구석진 창고에 있던 빈약한 한국아마야구 역사자료가 야구계의 ‘의식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준 게 얼마 전의 일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아마야구사는 동대문야구장과 함께 매장되었는지도 모른다. 프로야구마저 답습해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박물관은 과거의 역사를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미래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이 가능하다. 또한 야구사(史)적 가치가 있는 ‘기념품’은 미술작품처럼 고가에 거래될 수도 있다. 한국야구의 ‘유구한’역사만 보면 온라인 경매시장도 가능하지만, 현실은 ‘시장’조차 형성되어 있지 않다. 처음 야구에 몰입하는 이유는 팬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받은 사인볼도 야구 마니아가 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직도 연구실 한쪽에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일천구백칠십구년 오월이십칠일 경리단 김일권’이라 적혀 있는 사인볼은 필자 개인에게는 ‘야구유산’이다. 이제는 흑색이 되어가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내 인생 최고의 애장품이다. ‘불행히도’ 야구를 사랑하는 자식에게 물려줄 ‘유일한 유산’이기도 하다. 하물며 개인에게도 ‘야구의 유산’이 이렇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야구 전체를 생각하면 답은 확실하다. 더 이상 ‘유산’이 사라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이 땅에 제대로 된 ‘야구박물관’이 필요하다. 전용배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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