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9단패소…한국기원이래도감싸기?대법원판결불구‘무대응’모른척

입력 2009-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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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사의 오점으로 남을 ‘억대 바둑판 소송’이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이 프로기사 윤기현 9단의 상고사건에 관련해 ‘원심 판결이 정당하여 상고 이유가 없다’는 심리불속행(고법에서 재판을 제대로 했기 때문에 다시 심리할 필요가 없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윤 9단이 졌다. 대법원은 “상고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결문을 내놨다. 이 사건은 윤9단과 부산바둑협회 본부장을 지낸 고(故) 김영성씨의 유족 간 바둑판 두 조와 바둑알을 놓고 벌인 소송이다. 2007년 6월 유족들이 윤9단이 바둑판 두 조 중 한 조를 판매한 대금을 가로챘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부산지법에 내면서 시작됐다. 2008년 4월 2일 부산지법은 유족의 일부 승소를 판정했고, 윤9단은 같은 달 14일 항소와 함께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2008년 11월 27일 부산고등법원이 최종판결에서 윤9단의 항소 기각을 선고했으나 윤9단은 굴복하지 않고 12월 27일 대법원에 상고해 바둑판 소송은 지루한 법정 공방을 계속해 왔다. 이 사건이 언론과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전해지자 10여 개월 가까이 바둑팬들은 윤9단에 대한 비난과 한국기원의 강력한 징계를 촉구했지만 한국기원(이사장 허동수)은 지금까지 이 문제에 관해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한국기원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촉구하는 본지 기사(2월 16일자)에 대해 한국기원은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지켜보고 있으며, 이는 무대응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이미 지난 12일에 났다. 한국기원은 18일 한 인터넷사이트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자 공식입장을 서둘러 내놨다. 그 동안 바둑계와 팬들의 줄기찬 목소리에 애써 귀를 막은 채 모든 것을 대법원 판결 이후로 미뤄 온 한국기원이 대법원 판결이 났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기원의 ‘속내’와 ‘입장’이 어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한국기원의 말대로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면 무책임, 무능행정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알고도 방관했다면 한국기원이 그동안 은연중 보여 온 ‘윤기현 감싸기’의 의혹을 벗어나기 힘들다. 한국기원은 한상열 사무총장 명의로 18일 오후 6시께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보도자료에는 “그 동안 최종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입장표명은 자칫 원고 측이나 피고 측에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음을 양해해 달라”며 윤9단에 대해서는 3월 26일 열릴 한국기원 정기이사회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윤9단에 대한 징계 문제는 향후 세 단계에 걸쳐 다뤄진다. 먼저 10여 명으로 구성된 프로기사 대의원회에서 논의한 뒤 한국기원 이사, 감사, 사무총장, 프로기사 회장 등이 참석하는 한국기원 임원회의에서 재차 다루게 되며, 최종결론은 이사회에서 내려지게 된다. 이제 한국기원이 바둑팬을 외면하고 자기식구 감싸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팬들의 요구에 따를 것인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여론이 어떤지 바둑이 말하는 정의가 무엇인지는 누구보다 한국기원이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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