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핸드폰’박용우“나약한주인공…‘왕소심’나와닮았죠”

입력 2009-02-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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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친구들에피해줄까봐학교복도도구석으로걸었었다”
박용우는 조금 쑥스러운 표정이었다. 최근 영화 ‘핸드폰’ 개봉(19일)을 앞두고 많은 인터뷰 자리에 나선 박용우는 공개적으로 교제 중인 조안과 함께 몇 안 되는 스타급 연예인 커플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사랑과 결혼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말씀드려야 하는데, 영화사에 조금 미안하기도 해요. 하하하!” 박용우 특유의 시원한 웃음소리는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금세 표정이 진지해진다. “‘핸드폰’은 재미있는 스릴러 영화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감정 노동자’의 슬픔을 다룬 첫 상업영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정 노동자’. 생소한 말이다. 하지만 ‘핸드폰’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진짜 ‘감정 노동자’인 것 같다. 지금까지 ‘핸드폰’은 또 다른 주인공인 톱스타 매니저 역할의 엄태웅을 중심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박용우가 연기한 대형 마트의 평범한 직원 이규의 눈에서 생각하면 또 다른 색깔의 영화가 된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이 찾는 대형 마트. 한 번 쓴 물건을 뻔뻔하게 환불하는 아주머니, 밑도 끝도 없이 직원부터 야단치는 몰지각한 아저씨까지. 하지만 그들 앞에서 항상 웃으며 “고객님, 죄송합니다”고 말해야 한다. ‘고객님이 언제나 옳다’가 그의 신조다. 미쳐버리기 직전이다. 그 때 우연히 여자 연예인의 섹스 동영상이 저장된 휴대전화를 주웠다. 전화기 주인은 어떻게든 빨리 돌려받으려고 공손히 부탁한다. 누구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받은 건 처음이다. 이런 느낌이구나. 그는 점점 이 새로운 상황에 매료된다. “맞아요. 심각한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는 감정 노동자에게 새로운 상황이 닥치는 거죠. 직업병의 여파라고 할까, 탈출구를 찾지 못한 감정 노동자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연기하고 싶었어요. 세상에는 감정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박용우의 직업은 연기자, 연예인이다. 연예인도 대표적인 ‘감정 노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알고 있으니 항상 몸가짐에 신경써야 하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감정 노동자’다. “전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조직생활을 하시는 분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더 심하겠죠. 하지만 연예인들도 이규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을 주목받고 남들도 다 하는 연애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인기 연예인. 이규와 마찬가지로 억지웃음을 지어야 할 때가 많은 게 사실이다. “솔직히 직업적인 부분을 떠나서 한없이 여리고 약한 이규의 모습이 저와 많이 닮았습니다. 전 중고교 때 굉장히 소심했습니다. 심지어 학교 복도를 걸어갈 때 혹시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옆으로 걸어 다녔어요. 나중에는 스스로 위축되는 게 너무 싫어서. 용기를 내서 손을 들고 오락부장에도 지원하고 큰 목소리로 발표도 하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직업이 연기자인 그의 과거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도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는 슬픔, 전 이규를 연기하며 너무 슬퍼 울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지금도 힘들게 일하시는 ‘감정 노동자’들의 노고도 마음 속에 크게 와 닿았습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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