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기자의音談패설]‘요정첼리스트’솔가베타의엘가

입력 2009-03-03 07:13:47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첫 번째 진실. 음악은 귀로 듣는다. ‘나는 마음으로 듣노라’하고 무게를 잡는 이들이 없지 않으리라 여겨지지만 세상 누구라도 일단은 귀를 기울이고 봐야 마음을 움직이든 영혼을 불사르든 할 일이다. 두 번째 진실.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게 아니다. 우리가 적지 않은 돈과 발품을 팔아 연주회장을 찾는 이유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고귀한 음악을 과연 누가, 어떻게 연주를 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새기기 위해서이다. 음악은 귀로 듣되, 눈도 필요하다. 음악의 정수는 단연 ‘음’에 있지만, 정수만으로 몸체를 이루지는 못한다. 우리들이 정명훈의 지휘에 열광하고, 윤디 리의 피아노에 ‘브라보’를 외치고, 왕년의 안네 소피 무터의 바이올린에 기립했던 것은 귀와 두 눈으로 온전히 이들의 음악을 만끽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음악적인 완벽함에 ‘음악적인’ 외모마저 갖추었다면 이 시대의 스타로 추앙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장담하건데 베토벤바이러스의 강마에,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가 옥동자와 같은 외모의 소유자였다면 작품의 성공을 장담할 수 있었을까? 서울시향의 ‘명 협주곡 시리즈’의 첫 무대에 설 첼리스트 솔 가베타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긴 서설을 늘어놓았다. 솔 가베타는 눈이 반짝 뜨일 만큼 뛰어난 미모를 지녔다. 꼭 그래서라 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현재 세계 첼로계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나이 스물여덟이니 한창의 젊음을 과시할 시절이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구트만 상을 받았고, 뮌헨 ARD콩쿠르에서도 입상했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발레리 게르기예프(아,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과 협연했고, ‘크레디트 스위스 영 아티스트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도대체 솔 가베타가 누구야? RCA 전속 아티스트가 되어 4장의 음반을 냈다. 2007년 에코 클래식 기악부문 수상작이기도 한 데뷔앨범에 대해 그라모폰지는 이렇게 평했다. “그 누구도 솔 가베타의 외모를 마케팅의 수단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녀는 ‘멋진 금발의 소녀’가 아니다. 그녀가 연주하는 돋보이는 사운드와 기막히게 시적인 음색을 들어보라!” 솔 가베타의 무대 연주도 연일 화젯거리이다. 지난 해 6월 솔 가베타는 워싱턴 내셔널심포니의 반주로 요요마와 함께 레너드 슬래트킨의 ‘두 첼로의 대화’를 협연했다. 이날 공연이 슬래트킨의 고별 콘서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포스트는 ‘이 두 사람의 연주야말로 공연의 하이라이트처럼 보였다’라고 썼다. 솔 가베타는 이 시대가 원하는 스타 연주자의 ‘미덕’을 다 갖췄다. 눈맛과 귀맛을 빠짐없이 만족시켜주는 솔 가베타의 연주회에 사람들이 끌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녀는 음반사와 기획사가 발굴한 ‘또 한 명의 미녀 아티스트’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음악을 하는 진짜 아티스트이며 그녀의 미모는 음악의 부족한 2%가 아닌, 충족된 100%에 2%를 더할 뿐이란 얘기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 로센 밀라노프의 지휘로 첼로협주곡의 영원한 명작 엘가를 연주한다. 음악사상 비운의 작곡가 엘가의 최후의 작품인 이 협주곡은 사실상 엘가의 고별사였다. 엘가의 협주곡은 연주자에 따라 슈만스러운 간소한 해석과 말러적인 감성의 두 부류로 나뉜다. 솔 가베타가 들려줄 엘가는 어느 쪽일지도 궁금하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 차이코프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도 프로그램에 올라 있다. 3월 15일 8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문의 서울시향 02-3700-6300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