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금쪽같은우리조카며느리

입력 2009-03-03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3


지난 금요일에는 반가운 손님이 우리 집에 왔습니다. 그 반가운 손님은 다름 아닌 조카내외였습니다. 본래 조카는 경기도 안산에 사는데, 토요일에 광주에서 볼일이 있다며, 자기 아내까지 데리고 겸사겸사 왔습니다. 서로의 생활이 바쁘다 보니까 고작 1년에 한번 볼까말까 한 조카내외인데 온 김에 하룻밤 자고 간다니까 너무 좋았습니다. 모처럼 만나는 조카도 반가웠지만 저는 사실 조카며느리가 더 반가웠습니다. 조카며느리는 중국에서 어학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16개월 된 아들 녀석을 친정에 맡겨두고,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지금 학교가 방학이라 한국에 나왔다고 했습니다. 제가 “신랑이랑 애기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해? 공부 잘 되겠어?” 하니까 “이모님∼ 안 그래도 저 힘들어 죽겠어요∼ 향수병 걸리는 줄 알았어요∼” 이러면서 애교도 부렸습니다. 저희 가족은 조카내외 핑계 대고 밖으로 외식을 나갔습니다. 사실 저녁을 손수 장만해서 직접 대접하는 게 좋은 일이지만, 미쳐 반찬을 준비하지 못 해서 부득이 외식을 하게 됐습니다. 외식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슈퍼에 들러 맥주도 몇 병 샀습니다. 남편이 안주거리 산다면서 가게 안을 둘러 보길래 “집에 과일도 있고, 안주 거리 할 거 많아. 그냥 와” 하고 맥주만 사서 집으로 왔습니다. 저는 솜씨를 발휘해 과일도 색색깔로 예쁘게 깎아서 담고, 마른 오징어도 꺼내서 굽고, 땅콩도 준비해서 조촐하지만 맛있는 안주를 준비해줬습니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술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는데, 특히 조카며느리가 중국에서 공부하며 겪었던 이야기들이 참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사실 조카며느리랑 이렇게 오랫동안 얘기하는 건 처음인데, 정말 볼수록 괜찮은 며느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술이 어느 정도 됐을 때, 조카가 그 밤중에 내기 장기를 두자고 하는 겁니다. 사실 장기 마지막으로 뒀던 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했지만, 한번 겨뤄보기로 하고 각자 부부끼리 한 팀이 됐습니다. 남편과 조카가 먼저 장기를 두고, 다음에 저와 조카며느리가 장기를 뒀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젊은 사람들은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남편은 한번 진 게 억울했던지 몇 번을 더 하자고 보챘는데, 결국 보기 좋게 3대 0이라는 숫자를 안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계는 새벽 2시를 향하고 있고, 저희들은 그제야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되도록 정말 피곤한 지도 몰랐답니다. 다음날 새벽. 제가 조심스레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는데 조카며느리가 금방 깨서 부엌으로 나왔습니다. “아유∼ 더 자∼ 뭐하려고 나와∼ 피곤할 텐데… 나 혼자 해도 금방 해. 얼른 더 자” 하니까 기어코 자기도 아침식사를 돕겠다며 팔 걷어 부치고 도왔습니다. 어찌나 하는 짓이 예쁜지… 조카며느리여도 이렇게 예쁜데, 우리 언니는 이 며느리 보고나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정말 사람하나 잘∼ 들였다 싶었습니다. 나중에 조카랑 조카며느리가 가겠다고 집 앞에 나서는데 어찌나 서운하던지… 역시나 사람은 함께 먹고 자고 해야 더 친해지는 듯싶습니다. 그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조카며느리랑 많이 친해진 것 같아 기분이 참 좋습니다. 조카내외가 자주자주 놀러왔으면 좋겠습니다. 광주 남구 | 김덕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