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 콜드게임(2-14) 패배 다음날인 8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행이 걸린 중국전을 앞두고도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평소와 다름없이 소탈했다. “기자단이 서서 질문하는데 예의가 아니라”며 불편한 몸과 복잡한 마음을 무릅쓰고 시종 선채로 담소를 나눴다. 어쩐지 굳어있던 현장 분위기까지 풀렸다. 특유의 온화한 어조로 김 감독은 말 많고 탈 많은 이번 WBC 대회에서 한국이 뭘 얻어가야 될지를 얘기했다. 특정 선수의 과제, 한국야구의 한계를 지적하기보단 한일의 객관적 실력차를 인정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바라보려 애썼다. 특히 전날 1.1이닝 8실점한 김광현에 대해선 “어린데다 컨디션이 나빴다. 승부구를 커트당하다 맞았으니 스스로 느낀 게 많을 거다. 그게 중요하다. 앞으로 일본과 계속할 거 아닌가? 당장 내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있고, 올림픽에 다시 정식종목으로 포함될 수 있다”라고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이어 “중국이 올림픽에 이어 WBC에서 또 대만을 잡았다. 중국야구가 발전할수록 국제대회 수는 더 많아질 것”이라 예견했다. 아울러 김 감독은 “코치진도 도움이 된다. (어제처럼) 터지면서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 패배에서 긍정을 찾으려 애썼다. 한국야구가 건강한 발전을 하려면 기적 같은 우승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경험을 얻어 가는 게 현실적 목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도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