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버린‘악바리왕별’최윤아“잘난거없어무조건뛰었죠”

입력 2009-03-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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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와 함께 공 튀기는 것을 좋아하던 소녀가 있었다. “한 번 더해.” “이씨. 또 한 번 더해.” 소녀는 어떻게든 1승을 따냈다. 이길 때까지 경기가 계속 됐으니까. 체육선생님이었던 작은아버지는 거친 파울을 해서라도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고집불통 조카에게서 운동의 재능을 발견했다. 2005년, 대만에서 열린 존스컵 대회에서 ‘대만의 전주원’ 천웨이쥐안에게 날린 발차기는 사실, 이 때부터 예정돼 있었는지 모른다. 어머니 김성옥씨는 “(최)윤아(24·신한은행)는 딸자식 키우는 것 같지가 않았었다”고 회상했다. 초등학교시절, 1000원짜리 한 장을 쥐어서라도 악착같이 치마를 입혀보려 했지만 최윤아는 바지만을 고집했다. 치마가 뛰어노는데 거추장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최윤아는 경기 중 팀 내 최고의 활동량을 자랑한다. 악착같은 승부근성과 부지런함. 이것이 168cm에 불과한 최윤아의 농구실력을 ‘쑥쑥’ 키워온 원동력이다. 그리고 30일. 최윤아는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08-2009 여자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섰다. 덕분에 “중학교 때부터 살림이 어려워져 보약 한 재 못해줬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어머니는 마음의 짐도 덜었다. 최윤아 역시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내세울 것 없는 선수였기에 피나는 노력을 했다”며 “이 상은 힘든 시기를 견뎌온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최윤아의 좌우명은 ‘不狂不及(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최윤아는 “(MVP는) 또 다른 시작”이라며 “모두가 날 최고의 가드로 인정할 때까지 발전하겠다”고 밝혔다. 딱 최윤아 답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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