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명사수‘이은철vs스텐워그’10년만의해후

입력 2009-04-13 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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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명사수‘사업가vs현역’으로재회
세계최고 명사수들이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한 명은 성공한 IT사업가. 하지만 또 한명은 여전히 총을 잡고 있다. 1992바르셀로나올림픽남자소총복사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건 이은철(42·실리콘밸리테크대표·사진)과 스텐워그 하랄드(56·노르웨이)가 그 주인공.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선수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스텐워그는 8-16일 창원국제종합사격장에서 열리는 2009창원월드컵에 출전했다. 11일, 창원을 찾은 이은철은 2000시드니올림픽 이후 처음 스텐워그를 만났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이은철을 만난 스텐워그는 사격기술에 대해 진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라이벌이자, 동지였던 셈. 스텐워그는 “스포츠에서 비밀이란 없다”면서 “우리는 경쟁관계였지만,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사이였다”고 회상했다. 스텐워그는 올림픽에서 은(바르셀로나)·동(시드니)메달을 획득했지만,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바르셀로나올림픽이 가장 아쉬웠다. 본선에서 이은철과 동점(597점)을 이룬 뒤, 결선에서 104.5점(109점만점)을 쐈지만 이은철의 점수는 105.5점이었다. 이은철은 “솔직히, 그 당시 실력은 스텐워그가 더 나았다”면서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스텐워그 역시 “이은철은 존경(respect)할만한 선수였다”며 라이벌을 치켜세웠다. 1984-2004년까지 6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스텐워그의 목표는 2012런던올림픽. 스텐워그는 “나이 서른에 선수생활을 그만둔다는 것은 안타깝지 않느냐”면서 “나는 여전히 하루하루 쏘는 게 새롭다”고 웃었다. 어떻게 매일 새로울 수 있느냐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Because, I love shoot.(사격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역시 대가끼리는 통하는 법, 아흔이 넘어서도 하루 여섯 시간 씩 연습을 했다는 명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떠올랐다. 이은철은 “50대까지 선수를 한다는 것을,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92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사격 소총복사 금메달리스트 이은철과 정상을 다퉜던 노르웨이 출신 은메달리스트 스텐워그가 13일 2009창원사격월드컵에서 안정된 폼으로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창원|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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