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의춘하추동]야구감독에겐너무잔인한4월

입력 2009-04-16 22: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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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온천지 봄꽃축제로 화사한 계절이 왔지만 프로야구 감독들의 눈에는 그런 풍경이 들어오지 않는다. 4월은 여기저기 돌볼 것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피칭스태프의 역할 분담이 계획대로 돌아가는지, 구상했던 타순은 뜻대로 되는지, 팀플레이와 사인플레이는 오차없이 실행되고 있는지, 기대했던 외국인선수는 제몫을 할 것인지, 장래성 있는 신인급 선수들을 실전에 어떻게 활용하고 키울 것인지. 뿐만 아니라 시범경기 때까지 그 좋던 타격감각이 정작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되자 잠수해버려 더욱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팀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머리를 무겁게 하는 것은 기둥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되어 있을 때이다. 한해농사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팀을 처음 맡은 감독이야 말할 것도 없고 장기집권한 감독들도 매년 4월은 이래서 노랑 개나리, 눈밭 같은 벚꽃군들의 뽐냄을 쳐다볼 겨를이 없는 것이다. 특히 올해 눈길을 끄는 것은 개막전 선발투수가 ‘4 day rest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팀이 늘어난 것을 보니 팀마다 어려운 점이 적지 않은 듯하다. 문제점이라 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는 시즌 전반부에 페이스 조절과 부상방지 차원에서 ‘5 day rest’를 축으로 선발투수를 운행하는 것이 일반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들의 시즌 전 조정과정이 부족하였거나 WBC대회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팀 사정상 초반 레이스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미덥지 못한 제5선발투수 대신 제1선발을 바로 빼다 박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4월은 감독들에게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고 있다. 이럴 때 경험이 많은 팀의 베테랑선수들이 팀의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후배선수들이 제자리 잡을 때까지 이끌어준다면 팀으로선 더없이 고마운 것이다. 베테랑의 존재가치를 높이 사는 것도 그런 연유다. 그런 면에서 한화의 송진우 투수를 보면 존경스런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43세의 최고령선수임에도 3000이닝투구 기록을 세우고 또한 힘든 중간계투진에 섞여 현재 9경기 중 8경기에 등판하며 팀을 견인하고 있다. 구장 밖에서도 많은 선행을 하고 있는 송진우 투수는 우리 프로야구에서 모범적인 선수로 큰 박수를 받을 만하다. 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 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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