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명화여행]작곡가이지수가본‘아터제호수의리츨베르크’

입력 2009-04-26 21: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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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터제 호수의 리츨베르크, 1914, 110X100cm, 짤츠부르크 현대미술관 루페티눔, 짤츠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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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하나의 초록색도 가까이서 보면 하나하나 다양한 색깔이 들어있다.” 이지수 작곡가는 클림트의 풍경화 ‘아터제 호수의 리츨베르크’를 보며 초록빛에 반했다. 평소에 하늘을 제일 좋아한다는 그는 클림트의 풍경화를 좋아했다. 한 가지 색으로 보이는 초록빛도 자세히 보면 여러 색깔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라는 것.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금관악기의 큰 소리만 들리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비올라, 오보에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다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아터제 호수의 리츨베르크’의 초록빛 안에는 보라색, 붉은색 등 전혀 관계없는 색깔까지 여러 가지 색이 보인다. 징그러울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무겁기까지 하다. 빈 공간도 없고, 하늘도 조금 보일 뿐이지만 매우 미세한 빛깔들로 가득 차 있다. 이지수 작곡가는 악보를 보듯 클림트 그림을 감상했다. “가령 리게티와 펜데레키는 사람들이 들을 때 사운드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악보를 보면 펜데레키는 심플하고 리게티는 굉장히 예민하다. 그림도 똑같다. 연초록을 칠하고 그 위에 전혀 관련 없는 붉은색, 푸른색 이런 게 보인다. 작은 게 하나하나 모여서 사운드를 이루는 것처럼 클림트의 그림이 그렇게 보였다.” 그는 클림트의 그림을 자연을 보듯 세심히 살폈다. 음악이나 미술이나 구도가 중요한데, 저절로 생긴 자연은 오랜 시간 안정된 구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작곡의 영감을 주로 자연으로부터 받는 그는 풍경화가 가장 끌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클림트 전에서 ‘아터제 호수의 리츨베르크’ 외에 이지수 작곡가를 자극한 것은 드로잉이다. 완성된 그림과 드로잉이 나란히 걸린 장소에서 창작 과정을 보는 게 좋아서였다. 그는 클림트의 작업 과정을 상상했다. “드로잉과 그림이 똑같지 않을 때도 있다. 스케치를 해놓고 완성해가면서 생각이 바뀌고 다른 요소들이 생기고 이런 게 흥미롭다. 작곡을 할 때도 완성된 형태를 생각하면서 기초 작업을 하는데 그건 나만 아는 것이다.” 이지수 작곡가는 대학시절 KBS-TV 인기드라마 ‘겨울연가’의 메인테마곡을 작곡하며 드라마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여름향기’ ‘봄의 왈츠’, ‘천년지애’ 등의 배경 음악을 만들었다. ‘겨울연가’에서 피아노를 치던 배용준의 손은 실제로 그의 손이다. 드라마 외에도 ‘올드보이’와 ‘실미도’ 등의 영화음악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의 음악 감독을 맡으며 뮤지컬에도 도전했다. 이지수 작곡가는? 예원중, 서울예고를 졸업, 서울대 작곡과를 수석으로 입학했다. 영화 ‘올드보이’, ‘실미도’, ‘안녕, 형아’ 등의 영화 음악, 드라마 ‘겨울연가’, ‘봄의 왈츠’, ‘여름향기’ 등 윤석호 PD의 드라마 음악을 맡았고 ‘최연소 음악감독’, ‘젊은 거장’ 등으로 불렸다. 일본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열 정도로 한류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4월에 발매한 ‘기발한 자살여행’의 OST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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