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수 연강홀 기술감독 “가장 완벽한 무대는 비어있는 무대”

입력 2009-04-29 14: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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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수
김관수 두산아트센터 기술감독.



“무대 디자이너가 화가라면 기술 감독은 붓질을 해주는 사람이다.”

공연은 배우인 주인공만 있는 게 아니다.

무대 뒤로 수많은 사람들이 배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관수 기술감독은 바로 배우와 제작진을 빛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강홀의 총책임자인 그는 조명 디자이너로 시작해 현재 두산아트센터의 하드웨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일을 한다.

무대는 물론이고, 배우의 대기실, 포스터, 관객이 사진을 찍는 배경 하나하나 그의 섬세한 기술이 녹아 있다.

공연업계에서 ‘연강홀이 제작비가 적게 든다’는 평가는 제작진, 관객 중심으로 무대와 로비가 배려된 덕택이다.

특히 무대위로 조명이나 음향기기를 걸 수 있는 파이프, 배턴(batten)이 완벽히 구비돼 있어 무대 디자인이 다른 곳보다 용이하다.

본래 뮤지컬 음향, 조명 등에 많은 제작비를 추가하게 되는데, 연강홀은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뮤지컬이 강세인 공연계에서 연강홀은 뮤지컬 전문극장으로 차별화에 애쓰고 있다. 무대 총책임을 맡고 있는 김관수 감독은 “많은 기술력이 필요한 게 뮤지컬이다. 관객들에게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는 게 스태프들의 꿈이다”고 말한다.

제작진과 관객 모두 뉴욕과 런던의 공연을 통해 기술적인 눈높이도 높아졌고, 기술진은 그것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강홀은 음향·조명 기자재 등을 모두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제작자· 디자이너들이 쓰는 최상의 것으로 교체했다. 가장 좋은 무대는 ‘비어있는 무대’다. 김관수 감독은 ‘공간 제약이 없는 무대,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

공연 현장은 실제로 일반 공사 현장만큼 위험하다. 뮤지컬을 보다 중간에 천장을 올려다보면 기술진들이 직접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무대 파트 2명, 음향 2명, 조명 2명 총 6명의 스태프들이 이곳에서 일한다.

기술진들은 뮤지컬 제작에 들어가면 프로덕션 스태프들과 함께 제작회의에 참여한다. 특히 창작자와 기술진 간의 속 깊은 대화는 필수다.

창작자가 원하는 것을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해야만 최고의 기술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명질, 망치질 하나도 예술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공연의 기술 스태프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어릴 적 추송옹의 ‘빨간 피터의 고백’을 보고 연극에 반해 공연계의 꿈을 키웠던 그는 “언제나 예술 작품에 동참하고 예술 작품 일부로 나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지금도 초심을 지키며 문화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간의 기대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장실 안내판, 포스터 하나까지도 LED 액정으로 세련된 뮤지컬 문양을 연출했다.

로비 곳곳의 인형이나 안내판들도 설치 예술작품처럼 관객들에게 소소한 볼거리를 건네고 있다. 공연장 곳곳을 세심하게 살펴보면 기술적인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김관수 감독은 지금 한국 공연은 기술적으로 과도기에 있다고 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중간에서 어중간한 무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완전히 정교하고 깔끔하게 디지털적으로 보여주든지 호흡과 감정을 살려 아날로그의 순수함을 보여주든지 해야 하는데, 그 중간에서 방황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관수 기술감독은 “조금 더 몇 해가 흐르면 제작 여건도 나아지고 무대도 더 다양해질 것이다”고 믿으며 오늘도 공연장의 세세한 부분에 손을 대고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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