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솔약국의…’ 대풍역 이필모 “의리 빼면 시체”

입력 2009-06-0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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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같은 남자의 의리를 다룬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다는 이필모.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영화 ‘영웅본색’ 보고 배우 꿈 키워… 연기에 녹인 가식없는 인간미 호평
“날 것이 좋다.”

KBS 2TV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대풍이’로 등장하는 이필모(35)는 삶을 날 것 그대로 즐기는 사람이다. “무엇이든 사람 냄새나는 게 좋다”는 그는 연기도 자신도 진짜 사람냄새가 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에게 별명을 물었을 때 그는 다짜고짜 ‘깐디’ 얘기를 꺼냈다.

“얼굴이 까맣고 마르고 간디를 닮아서 그 이름을 세게 발음해 깐디라고 해요.”

남부러워하는 하얀 얼굴과 적당한 체구를 가진 그가 웬 ‘깐디’? 궁금하던 찰나, ‘깐디’는 이필모의 친구 별명이라고 했다. 자기는 별명이 없으니 친구 얘기를 한 것이라고…. 그는 그저 오래 간만에 만난 친구에게 이런저런 일상사를 털어놓듯 대화를 이어갔다. 가릴 것 없이 솔직하고 소소한 얘깃거리를 좋아했다.

“인터뷰할 때 이도저도 아닌 얘기를 막 털어요. 단답식으로 질문하고 답하고 이런 거 식상하고 가식적이라 싫거든요.”

그렇다. 이필모는 가식적인 것을 지극히 싫어한다. 그의 삶에서 최고 가치란 ‘자연스러움’과 ‘의리’였다. 아마도 그가 홍콩 영화 마니아라서 그런 것 같았다.

90년대 홍콩 영화에 빠져본 사람들은 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리’를 지키는 것이자, ‘날 것 냄새’ 나는 자연스러움을 벗 삼아 사는 것이다. 그때 홍콩 느와르의 주인공들은 모두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었다. 어릴 적 ‘영웅본색’을 보고 “바로 저거다. 멋있다. 죽기 전에 저런 작품을 꼭 남기고 죽어야지” 생각하며 연기의 꿈을 키운 그는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영화 속 저우룬파(주윤발)의 모습을 재연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한때 좋아했던 것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금세 싫증날 법도 한데, 그는 절대 그렇지 않다.

“내 친구들은 아직도 ‘영웅본색’ 영화 음악을 휴대전화 연결음으로 쓴다니까요.”

그는 ‘영웅본색’에서 장궈룽(장국영)이 부른 ‘당년정’과 ‘미래분향일자’ 영화음악 2곡을 허밍으로 짧게 불러줬다. 실제로 이필모는 노래를 잘 한다. 2008년 KBS 2TV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할 당시, 뮤지컬 ‘진짜진짜좋아해’ 주인공으로도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동하는 차안은 물론 노래를 입에 달고 살다가 주변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그는 한 번 ‘꽂히면’ 그것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성격이란다.

“내가 심하게 주름살이 지고 흰 머리가 나고 턱수염이 하얘질 때까지 날 것 같은 신선함을 보여줄 수 있을까?” 요사이 고민하는 그는 언젠가 꼭 “걸어만 다녀도 살벌한 기운이 느껴지는 악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걱정은 단 하나, “연기하는 동안 나쁜 사람이 될 것 같다”는 것이다. 미혼인 그는 “맡은 역에 따라 계속 변하는 나를 이해해주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서 생각하니 이필모는 지금 ‘솔약국집 아들들’의 둘째 아들 그대로였다. 서글서글한 눈매나 눈동자에 힘을 잔뜩 준 채 분위기를 압도하는 바람둥이, 능글능글하지만 따뜻한 성품도 동시에 갖춘 소아과 의사 대풍이가 바로 이필모였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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