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외국인할머니들께‘토막통역’어찌나뿌듯한지…

입력 2009-07-0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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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에 가려고 전철을 탔습니다.

세 명의 외국인 할머니가 나란히 앉아 계시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할머니들 옆 빈자리에 앉았는데요, 저쪽 편에서 바퀴 달린 커다란 가방을 든 아줌마가 등장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는 “안녕하십니까, 지금 제가 소개해 드릴 제품은 ‘항균 웰빙 옷커버’가 되겠습니다. 아빠 양복, 엄마 한복, 학생 교복, 다∼ 카바됩니다. 사이즈 별로 5개에 단돈 2천원!”라며 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졸거나 쳐다보지도 않았죠. 그런데 제 옆에 앉은 외국인 할머니 세 분은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보이시는게 아니겠어요? 그리고는 물건을 들고 지나다니는 아줌마를 불러서 ‘How much?’하고 물어봤습니다. 아줌마는 한국말로 2천원이라고 대답하셨는데, 할머니들은 못 알아들으셨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시더라고요.

눈치를 보아하니 그 물건이 몹시 사고 싶었던 것 같아서, 저도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용기를 내서, “two thousand korea money”라고 알려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얼굴이 환해지면서 지갑에서 천원짜리 2장을 꺼내시고는 제게 ‘오케이?’하고 물으셨죠. 그래서 맞다고 했더니 얼른 아줌마에게 돈을 내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받은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 보시더라구요.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번엔 아저씨 한 분이 작은 플라스틱 작대기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가끔 세면대에 물 안내려갈 때, 골치 아프시죠? 이걸로 한번만 쓱쓱 쑤셔주면 바로 뻥! 하고 뚫립니다. 오늘 하루 단돈 3천원에 모십니다”하고 물건을 파셨습니다.저는 용기 내 설명했고, 할머니들은 용케도 제 설명을 알아들으시고 얼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3천원이라고 했더니 싸다며 이번에도 돈을 건내시더라구요. 그리곤 더 이상 물건 파는 분들이 나타나질 않길 바랬는데 세상에나. 얼마 안 있어 깔창을 파는 분이 나타나셨습니다.

몇 번의 통역으로 자신감이 붙은 저는 또 할머니들을 도와드렸고, 할머니들은 ‘오우∼’하는 감탄사와 함께 기꺼이 투 싸우전드를 꺼내셨습니다.

근데요, 제 옆에 할머니는 깔창을 이리저리 살피시더니 제게 “메이드인 차이나?”하면서 보여주시는 게 아니겠어요? 아이쿠야, 아쉽게도 ‘made in China’라고 또렷하게 적혀 있습니다. 할머니는 몹시 실망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완벽했던 저의 동시통역도 그 ‘China’라는 한 단어 때문에 오점을 남겼지 뭡니까. 솔직히 제 잘못은 아니었지만, 얼마나 민망하던지요.

지금도 생각하면 그놈의 차이나 때문에 좀 찝찝하긴 한데요.

그래도 저처럼 전철에서 쇼핑 호트스 해 본 아줌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세요. 그것도 잉∼글리쉬로 말입니다!!!

인천시 부평구|다미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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