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묵었다아이가”…식상한‘친구’

입력 2009-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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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영화 ‘친구’를 리메이크한 MBC 주말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한 장면. 사진제공|진인사필름

MBC주말극시청률한자리맴맴…원작대사·상황똑같아흥미반감…사전제작-애잔한사연등호평도
시청자로부터 호평과 혹평을 함께 받는 드라마가 있다. MBC 주말극 ‘친구 우리들의 전설’(극본·연출 곽경택·이하 친구).

장동건 유오성 주연의 동명의 히트 영화를 그대로 드라마로 옮겨 제작 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탄탄한 구성과 애잔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지만 방송 초부터 부진했던 시청률이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면서 현재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주말 밤 10시50분이라는 방송시간, 폭력적인 장면에 따른 ‘19세 이상 관람 가’ 판정, 여기에 최근까지 경쟁을 벌였던 SBS ‘찬란한 유산’ 등 여러 악조건을 만나며 전체 20부작 중 지금까지 방송한 14부까지의 시청률은 평균 7-8%%대에 머물고 있다.

○영화 속 대사·상황 재연, ‘식상하다’는 지적

드라마 ‘친구’가 시작부터 안고 가야했던 극적인 아킬레스건은 이미 8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본 영화란 점이다. 개봉하고 8년이 흐르는 동안 지상파와 케이블TV를 통해 숱하게 재방송된 탓에 “내가 니 시다바리 가”로 대표되는 대사는 시청자들이 거의 기억할 정도다.

그런데도 드라마 ‘친구’에는 영화에 나온 낯익은 대사부터 여고생 밴드 레인보우의 무대를 바라보는 동수(현빈)가 모자를 비뚤어 쓴 모습 같은 작은 부분까지 그대로 등장한다. 때문에 시청자가 아쉬움을 드러내는 부분도 “배우만 다를 뿐 같은 이야기”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영화에 이어 드라마 역시 연출을 맡은 곽경택 감독은 “영화에서 자세히 보여주지 않았던 인물들의 속사정을 자세히 담았다”며 “영화와 달리 세월이 바뀌어도 항상 그리워하는 친구의 우정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청자의 입맛은 까다로웠다. 자리에 앉으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관객보다, 흥미를 잃으면 기다리지 않고 리모콘으로 다른 채널로 바꾸는 게 시청자의 특성이다.

○100% 사전제작·인물 별 애잔한 사연 주목

‘친구’는 부진한 시청률과 원작의 반복이라는 식상함 때문에 적지않은 실망을 안기지만, 작품 자체로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근래 방송한 작품 중 탄탄한 구성과 인물들이 지닌 애잔한 사연을 세밀한 터치를 보여주며 ‘웰 메이드’라는 평가가 과하지 않은 드라마다.

‘친구’는 방송 시작 6개월 전인 올해 1월 초, 드라마 배경인 부산에서 촬영을 시작해 국내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방영 전 모든 분량을 마쳤다. ‘쪽대본’, ‘생방송 드라마’란 말이 나돌 정도로 방송 당일치기로 제작하는 악습이 일반화된 우리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는 쉽지 않았던 시도다.

충분히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제작한 덕분에 ‘친구’는 여러 인물들의 삶에도 주목할 수 있었다. 최근 드라마들이 주인공 한두 명에게만 집중적으로 이야기의 포커스를 맞추는 반면, ‘친구’는 조연을 비롯해 주인공들의 부모세대가 겪는 아픔까지 다양한 사연을 시대상황과 잘 버무려 설득력있게 펼쳐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현빈, 김민준, 왕지혜, 서도영 등 주인공은 물론 이시언, 배그린처럼 연기를 막 시작한 신인들까지 안정된 연기력으로 역할을 소화하는 것도 ‘친구’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해리 기자 golf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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