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의과학…金연아가웃는이유

입력 2009-08-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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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3월 세계선수권 우승 직후 “연습 때처럼 편하게 경기했다”고 말해 강심장임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스포츠에서는 긴장과 불안감이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지난 14일 ‘삼성애니콜★하우젠 아이스 올스타즈’에서 자신감 넘치는 포즈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연아의 모습. [스포츠동아 DB]

불안·긴장이기는승리의법칙
《3월, 김연아(고려대)가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에서 우승하며 한국 스포츠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당시 김연아의 인터뷰를 반추해보면 우승 할 수밖에 없는 심리적인 요인이 눈에 띈다.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일본)와의 경쟁 관계를 의식하느냐는 질문에 “경기에 집중하기 때문에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며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자세를 보였고, 플립 점프에서 어텐션을 받은데 대해서도 “‘주의’가 붙은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점수가 아주 안 나온 것도 아니고, 다른 데서 더 점수를 잘 받으면 된다”며 담담해했다. 아울러 “연습 때 잘 해서 확신이 있었고, 긴장도 안됐다. 큰 대회에 출전하면 긴장할 수 있는데 이번 대회는 연습하는 것처럼 마음이 매우 편했다”고 자신감 넘친 모습을 보였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이라는 엄청난 대회를 앞두고도 결코 불안해하지 않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처럼 스포츠에서는 긴장을 줄이고, 불안을 제거하는 것이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주 ‘스포츠&사이언스’에서는 불안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심리적 요인과 경기력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등 대회 규모가 크면 클수록 심리적인 요인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진다.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림픽 양궁 결승에 진출할 정도의 실력이면 안정된 상태에서는 과녁 한 가운데를 맞히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의외의 결과가 많이 나온다. 과녁의 외곽선 안에도 넣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불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다.

불안과 이를 적절히 통제하는 방법은 인류와 역사를 함께 해왔다. 원시사회에서 한 씨족이 옆 마을의 다른 씨족과 갈등에 놓였고, 이 때문에 생존을 위한 전쟁을 준비한다고 치자. 전쟁이 벌어질 전날 밤 전사들이 모였다. 내일 전쟁에서 죽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아는 그들은 밤잠을 설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경험을 통해 이미 많은 것을 터득한 상태다. 긴장 때문에 밤새 잠을 못자고 다음날 전쟁에 나간다면 자기가 갖고 있는 힘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패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긴장을 해소하는 나름의 방법을 개발하는 일은 생존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했다. 상대방에 대한 분노 키우기, 종교적 주술이나 의식, 춤, 화장, 술이나 환각적인 물질 음용 등 씨족 나름의 방법들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KISS의 심리개입 프로그램

심리학적으로 스포츠의 핵은 ‘경쟁’이다. 이러한 생존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불안 제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방법으로는 명상, 바이오피드백, 심상훈련, 최면, 요가, 선, 생각 중지, 스스로에게 말하기, 긍정적 자기감시 등이 있다. 이런 기술들을 감정 중심적(emotion-focused) 방법이라 한다. 이들의 특징은 불안의 원인 파악보다는 일단 일어난 불안 감정 그 자체에 집중해 이를 낮추는 방법이다. 이에 비해 문제 중심적(problem-focused) 방법은 그 불안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 중심적 방법들은 일반적으로 심리학의 이론적 뒷받침이 견실하다. 소거(Extinction) 방법 기술인 플루딩(Flooding)이나 여기에 정신분석의 개념을 더한 임플로시브치료(Implosive Therapy), 역조건화(Counterconditioning) 방법 등이 있다. 실제로 불안 제어를 위한 적절한 심리개입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개인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방법에 따른 효과면에서도 그렇고, 선호도에서도 개인차가 크다. 유능한 심리치료자는 적절한 문제 중심적 방법을 파악해 그를 중심으로 그 개인에 맞는 감정 중심적 기술들을 함께 사용한다. 문제 중심적 방법 중에서 특히 주목 받는 것은 근래 심리학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인지(social cognition)적 접근법이다. 주요 학자들은 이들이 가지는 여러 가지 바람직한 효과, 즉 교육적 측면, 불안의 사전제어 측면, 효과 강도 측면 등을 강조하며 스포츠과학에 이를 적절히 수용할 것을 권장해왔다.

이런 점에 주목한 체육과학연구원(KISS)은 심리개입 프로그램의 개발에 힘 써왔다. 구체적으로 임상심리의 합리적정서적치료(RET)나 합리적인지재구성(CRR)의 기본 틀을 분석, 수용해 중심에 두고 여기에 여러 가지 기존 기술들을 결합하는 형태의 심리 개입 프로그램을 활용해왔다. 또 현장에서 심리학의 전문 지식 없이도 개입이 가능한 진술항목을 개발해 사용하는 심리개입 프로그램들의 개발이 이뤄졌다. 이런 심리개입 프로그램을 시합불안 제어 영역은 물론이고 동기유발, 강인한 정신력 배양, 팀 정신, 체벌 없는 정신력 강화 부문까지 확대해 가고 있다. 이런 방법들이 태릉선수촌의 태극전사를 위해 활용되고 있는 것들이다.

김승용 KISS 책임연구원
정리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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