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섭 우승소감
1년 만에 우승하게 돼 기쁘다.
무엇보다 이 대회와의 악연을 날리게 된 게 너무 기쁘다. 군대 가기 전 우승을 한번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우승할 수 있게 돼 또 기쁘다.
전반기를 끝내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우승으로 이어져 또 기쁘다. 이 대회에 나올 때마다 2006년의 악몽에 시달렸다. 그때는 너무 속상했다. 스코어 오기로 실격을 당한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고, 슬럼프의 원인이 됐다.
하반기를 시작하면서부터 감이 좋았다. 그런데 아쉽게 우승을 하지 못해 ‘또 이렇게 끝나는구나!’하는 생각도 했다. 하반기 4~5개 정도 대회가 남았다. (상금 랭킹 2위로 뛰어올랐지만) 아직 상금왕에 대해 생각은 안 해봤다. 운이 좋다면 1~2개 대회에서 더 우승하고 싶다.
지금 감이 좋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합도 괜찮을 것 같다. 다음 주 열리는 KEB 인비테이셔널과 신한동해오픈은 나와 잘 맞는 대회이기도 하다.
16번홀이 승부처라고 생각했다. 파5 홀에서 3m 버디 퍼트가 빗나가 아쉬웠다. 그래도 17번과 18번홀이 어렵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7번홀에서 대현이가 파를 하지 못하면 동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현이가 어려운 파 퍼트를 성공시켜 칩인 버디를 꼭 성공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52도 웨지로 굴려서 쳤다. ‘S’자 라인이었는데 본 대로 들어갔다. 꼭 넣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쳤다.
오늘 아내와 큰 아들 단이, 둘째 결이가 골프장을 찾아왔다. 둘의 이름을 합치면 ‘단.결’이다. 지난주 한국오픈에서 우승은 못했지만 아내가 마지막 홀에서의 이글 샷을 보고 “너무 멋있었다”고 했다.
집에 와서 그 장면을 봤는데 내가 봐도 너무 멋있었다.
11월~1월 사이에 입대할 예정이다. 입대 기간 동안 시드권이 연장되기 때문에 군대에 다녀와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 소속사인 삼화저축은행과도 계속 인연을 맺고 싶다.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다.
지금도 휴대전화에 스윙 장면을 저장해두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한다.
지금 휴대전화에는 한국오픈 때 촬영했던 스윙이 저장돼 있다(김대섭의 슬럼프 탈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게 인터넷에 떠돌던 과거의 스윙 장면이었다. 김대섭은 아내가 찾아 준 그 동영상을 휴대전화에 저장해 두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윙 장면을 보면서 잃어버렸던 스윙감각을 되찾았다).
퍼트 스트로크 때 스탠스를 최대한 넓게 한다. 몸을 최대한 움직이지 말자고 생각해 시작한 자세다. 스탠스를 좁게 서다보면 하체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퍼트에서는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안 된다. 스탠스를 넓게 벌리면서 퍼트가 안정됐다.
여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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