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우승도운‘대인배’신지애의속삭임…

입력 2009-09-22 10: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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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 신지애. 스포츠동아 DB.

21일(한국시간) 삼성월드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 홀을 앞둔 최나연(22, SK텔레콤)에게 신지애(21, 미래에셋)가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나연 언니, 미야자토가 18번 홀 세컨샷 물에 빠뜨렸어.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쳐. 그러면 언니가 우승이야.”

이날 두 선수는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치며 우승을 다투고 있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경쟁을 펼쳐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시즌 3승을 거둔 신지애는 상금랭킹, 올해의 선수, 신인왕 등을 노리고 있는 상황. 자신의 성적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신지애는 최나연의 우승을 돕고 싶었나 보다.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된 최나연을 위한 격려였을까? 아니면 자신은 이번 대회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였을까?

많이 긴장한 듯 집중력 없는 플레이를 펼치던 최나연에게 신지애의 속삭임은 따끔한 일침이었다. 정신을 다잡은 최나연은 이후 1.5m의 버디를 잡으며, 생애 첫 LPGA 우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경기를 마치고 우승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최나연은 “지애가 17번홀 티박스에서 바로 옆 18번홀 미야자토의 세컨샷이 그린 앞 워터 해저드에 빠뜨린 걸 직접 본 것 같다. 지애 얘기를 듣고 나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PGA 출전 55개 대회 만에 따낸 생애 첫 감격적인 우승, 최나연의 이 같은 극적인 승리 뒤엔 신지애의 든든한 도움이 있었다. 최나연의 이번 우승으로 신지애, 박인비 등 박세리 키즈가 계속해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한국여자골프의 위상을 세계에 떨쳤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누리꾼들은 “자신의 승부보다 동료의 우승을 먼저 챙긴 신지애는 진정한 대인배다”, “태극 낭자들끼리 서로 아끼는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다”등의 의견을 보이며 최나연의 승리를 축하했다.

동아닷컴 용진 기자 aur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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