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 5번째가을‘김경문의마지막소원’

입력 2009-09-2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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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긴, 여유 있지. 벌써 몇 번짼데….”

준플레이오프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두산 김경문 감독에게 ‘떨리지 않느냐’는 우문을 던졌더니 이 같은 답이 돌아오더군요. 올해로 감독 지휘봉을 잡은 지 6년째, 그는 벌써 다섯번째 가을잔치를 앞두고 있습니다. 여러번 가을잔치를 치렀으니 떨리는 마음보다 여유가 넘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는 “여유있다”고 하면서도 잠시 어두운 표정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그는 ‘행복한 감독’입니다. 6년 동안 다섯번 가을잔치 진출이란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거든요. 감독이 몇 명씩 바뀌면서도 7년째 가을잔치 문턱에 가지 못한 옆집 LG만 보더라도 그렇죠.

하지만 김 감독은 ‘슬픔도 간직한 감독’입니다. 다섯 번 가을잔치 중 세 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으니까요. “이제 죽어도 준우승은 하고 싶지 않다”고 누누이 말할 정도로 그에게 한국시리즈 패배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아픔이었습니다. 2년 연속 SK에 좌절을 맛본 뒤, 올 시즌 그는 부상자 속출과 선발 투수진 부진이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즌 중반 한때 1위까지 치고 올라가기도 했었죠. 주변에선 ‘김경문 아니면 절대 못 할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불펜야구는 막판에 힘이 부족했고 두산은 결국 3위에 머물러 올해는 준플레이오프부터 가을잔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수년째 그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갈망이 이토록 강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 게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온 국민에게 큰 기쁨을 줬던 그지만, ‘마지막 남은 소원 하나’인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갈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제 그가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마음 속엔 오직 하나의 목표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란 그의 말처럼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섯번째 맞는 그의 가을 잔치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그의 마음 속에는 단 한가지 목표만 있다는 사실 말이죠.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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