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가 제대로 틀렸다. 왼쪽 새끼손가락 염좌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진 두산 임재철의 ‘어드바이스 번지수’다. 임재철은 플레이오프를 시작하기 전 부상당한 자신을 대신해 선발출장하고 있는 민병헌에게 애정 어린 충고를 했다.

게다가 두 선수는 원정 룸메이트. 평소 ‘야식하지 마라’ ‘일찍 자라’ 등 좋은 말은 다 해주는 임재철이기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민병헌을 붙잡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해줬다.

그러나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은 ‘좌타자’ 정수빈이었다. 임재철은 “아∼, 병헌이한테 다 말해줬는데…”라며 푸념을 쏟아냈다. 그가 조언이나마, 이토록 열심인 것은 자신의 부주의로 중요한 시기에 팀에 힘이 돼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 임재철은 언제 뛸 수 있느냐는 말에도 “내일부터 당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지만 아직 통증이 남아있어 배팅훈련은 이틀 후부터나 가능하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회복하기 위해 재활용 고무공을 연신 쥐락펴락하며 근력을 키우고 있다. 임재철은 “딸내미가 아빠 다쳤다고 ‘호∼’ 불어 줬다. 빨리 나을 것”이라며 웃었다.
문학|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