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이본ML포스트시즌] 9회대역전극…필라델피아NLCS행!

입력 2009-10-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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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흔히 팬들이 가장 흥미를 보이는 야구 스코어를 8-7, 이른바 ‘케네디 스코어’라고 한다. 타격전이 벌어지고 1점차 승부여서 나온 듯하다. 그러나 실제 미국에서는 이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야구와 관련한 일반 용어와 슬랭, 미디어가 애용하는 단어들을 집대성한 ‘딕슨 베이스볼 사전’에도 케네디 스코어는 없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야구 인용구에도 이런 언급은 없다.

야구가 팬들에게 짜릿한 명승부로 부각되고 영원히 기억되려면 불펜투수들이 ‘방화범’으로 몰리면 된다. 즉 블론세이브(BS)가 나오면 야구는 자연히 재미있어지고 명승부가 된다. 한 팀의 일방적 우세는 명승부가 될 수 없다. 2001년 애리조나-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가 명승부로 남아 있는 까닭도 마무리 김병현이 뒷문을 잠그지 못하고 연속으로 BS를 범했기 때문이다.

13일(한국시간)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필라델피아-콜로라도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이 그랬다. 4차전은 클리프 리-우발도 히메네스의 1차전 선발간 재대결이었다. 1차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필라델피아 리는 7회까지 5안타 1실점으로 또 한번 역투를 했다. 그러나 리는 8회 1사 후 볼넷에 이어 토드 헬턴의 2루 땅볼 때 나온 유격수 지미 롤린스의 포구 실책 때문에 강판됐다.

이어 셋업맨 라이언 매드슨이 등판했다. 매드슨은 정규시즌 마무리 브래드 릿지가 불안해 간간이 클로저로 나섰으나 6차례 BS를 기록했을 정도로 뒷문을 잠그기에는 역부족이다. 마무리로서 구위는 괜찮지만 정신적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매드슨은 1사 1·2루서 좌익수 벤 프란시스코의 호수비 덕에 트로이 툴로위츠키를 잡고 발등의 불을 끄는 듯했다. 그러나 베테랑 대타 제이슨 지암비에게 좌전적시타로 동점을 허용한 뒤 요빗 토리알바에게 역전 2타점 우중월 2루타를 얻어맞아 BS는 물론 패전투수로 전락할 처지에 몰렸다. 쿠어스필드의 5만 관중은 8회말 전세가 4-2로 뒤집어지자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콜로라도는 아웃카운트 3개만 더 잡으면 14일 5차전으로 승부를 몰고 갈 수 있었다. 짐 트레이시 감독은 마무리 휴스턴 스트리트를 불렀다. 스트리트는 1사 후 롤린스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지만 셰인 빅토리노를 2루 땅볼로 처리해 승부를 매조지하는 분위기로 몰고 갔다. 하지만 체이스 어틀리를 볼넷으로 내주고 라이언 하워드에게 동점 2타점 우월 2루타, 제이슨 워스에게 역전 중전적시타를 잇달아 허용하면서 순식간에 승리를 날려 버렸다.

양 팀이 8, 9회 연속으로 BS를 기록하면서 경기는 멋진 승부가 됐다. 결국 필라델피아가 5-4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NLCS)에 올랐다. 필라델피아 찰리 매뉴얼 감독은 올 정규시즌 최다 11BS를 기록하고 방어율은 7점대인 릿지를 2경기연속 1점차 승부에서 마무리로 세우는 뚝심을 발휘했다.

스포츠동아 LA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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