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편지] 대학생 딸 늦은 귀가시간 알고보니 과외 봉사 뿌듯

입력 2009-11-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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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딸의 귀가시간이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늦어졌습니다.

보통 때는 10시 안에는 들어오던 녀석이 아슬아슬하게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들어오더라고요. 딸애가 늦을 때면 남편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밤 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는 거냐”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이 녀석이 평소 자기 일은 야무지게 잘 하는 애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조금만 일찍 다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딸로부터 지하철역으로 마중을 나와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챙겨 입고 나갔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계단을 올라오는 딸의 표정을 보아하니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아주 밝아보였습니다.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아파트 입구까지 도착을 했습니다. 딸과 단 둘이 함께 하는 시간도 너무 오랜만이라 놀이터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딸애가 먼저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스무 살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을 해야 된데…”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전 딸에게 어떻게 환원을 하고 싶냐고 물어봤죠.

“학교 다니면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전공도 영어교육과이고, 영어를 잘하니까 ‘이루미’라는 봉사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하기로 했어요”라고 말하더군요.

그 동아리는 과외 자원봉사 모임이라고 했습니다. 교육의 기회가 적은 초중고생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전국의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서 만든 동아리라고 했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주로 저소득층 자녀나 기초수급자 학생들이 신청을 하면 1:1로 연결을 해줘서 공부를 가르쳐주는 것인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봉사는 것인 만큼 비용은 물론 무료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그래서 이 동아리에 가입원서를 내고 학생들 가르칠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어느 고3 학생과 연결이 돼서 일주일에 두 번씩 공부를 가르쳐 주느라 요즘 좀 늦었다고 하더라고요.

딸에게 있었던 일을 듣다보니 그동안 늦었던 귀가시간도 왜 그랬는지 이해도 되고,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이해해 줘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자기가 가진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눠주면 좋을지 생각한다는 게 기특하더라고요. 언제 이렇게 컸는지, 저는 뿌듯한 마음에 등을 토닥여 줬습니다. 우리 남편도 이 얘길 들으면 앞으로는 늦는다고 인상부터 찌푸리지 않고 이해해주겠죠?

From. 이미경|대구광역시 동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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