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포수 정상호. [스포츠동아 DB]

SK 포수 정상호. [스포츠동아 DB]


주전 박경완 부상 후 SK 안방마님 중책·올 봄부터 골반 통증 심각…PS 등 투혼
SK 포수 정상호(27·사진)가 4일 극비리에 고관절 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을 마치고서 경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일단 재활에 ‘최소 3개월 최대 1년’가량 소요될 것이란 예상이다. 신종플루에 걸린 탓에 회복을 기다리느라 수술 일정이 예정보다 다소 늦춰졌다.

사실 정상호의 골반 통증은 올 봄 캠프부터 지속됐다. 앉았다 일어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수시로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와의 충돌을 감수하는 포수의 속성상 골반이 상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정상호는 186cm, 96kg의 거구이기에 그 하중은 더 격심했다. 그런 몸이었지만 주전 포수 박경완이 6월 24일 광주 KIA전에서 돌연 발목을 다쳐 시즌 아웃되자 정상호는 졸지에 풀타임 주전으로 나와야 했다. 실전 투입이 거듭될수록 통증도 격심해졌겠지만 바깥에 내색하지 않았다.

묵묵히 정규시즌 101경기에 출장해 76안타 12홈런 49타점 타율 0.288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막판 19연승 달성 과정에선 1경기만 빼고 다 나왔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가 5차전(우천순연까지 포함하면 6경기), KIA와의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갔지만 마지막까지 포수 마스크를 쓰고서 안방을 책임졌다. 타격에선 포스트시즌 3연속경기 홈런을 포함해 파괴력을 입증했다.

SK 김성근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걸쳐 정상호의 투수 리드를 자주 나무랐지만 ‘애정이 없으면 건드리지 않는’ 성향을 감안하면, 그만큼 인정받았다는 반증이다. 실제 김 감독은 “내년 개막전 주전 포수는 박경완, 정상호 중 단정하지 않는다”란 말까지 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견뎌왔던 정상호의 하체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SK의 안방은 다시 박경완으로 무혈 인수될 상황이다. 시즌 중 내부적으로 수술을 결정할 만큼 극심한 통증을 무릅쓰고 자기마저 빠져나가면 흔들릴 팀을 생각해 참아낸 정상호의 투혼은 이제 얼마나 복귀시점을 앞당길 것인지의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