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장편소설을 발간한 배우 신이.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장편소설 ‘곰의 탈을 쓴 여우’ 내 놔 “내숭과 진심 사이 한 여자의 로맨스”
자리에 앉을 때 다리를 가늘어 보이게 하려고 살짝 뒤꿈치를 들어본 적이 있나? 비비크림을 바르고 나와도 ‘생얼’이라고 말한 적이 있나? 얼굴이 평소보다 부은 것 같아 약속을 취소한 적은? 아니면 집에서 먹을 때와 남자 앞에서 먹을 때 밥의 양이 다른가?혹은 눈웃음을 친다는 말을 들어봤나? 눈길만 주면 남자 하나쯤 넘어오게 할 수 있다고 믿나? 말과 행동으로도 그 사람의 속마음과 ‘수’를 읽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모두 ‘예스’라면 당신은 ‘곰탈녀’임에 틀림없다. ‘곰탈녀’가 무슨 말이냐고? ‘곰의 탈을 쓴 여우’의 줄임말이다. 이는 배우 신이가 최근 내놓은 장편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곰의 탈을 쓴 여우’(노란 잠수함)는 영화 홍보사에서 일하는 커리어우먼과 여섯 살 연하의 아이돌 그룹 출신 ‘훈남’이 만나 펼치는 로맨스의 이야기. 실제 경험이냐는 짓궂은 질문에 신이는 “내용 가운데 50%는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의 경험담이다”고 말했다.
제목에 대해서도 물었다. 신이는 “곰의 탈을 쓴 여우가 돼야 남자를 건질 수 있다”면서 키득거린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여우짓을 못한다”면서. “그건 진심이기 때문이다”는 그녀는 “내숭은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고 못박는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녀의 책 ‘곰의 탈을 쓴 여우’는 내숭과 진심의 절반쯤 사이에서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한 여자의 좌충우돌 하지만 행복한 로맨스라고 할 만하다.
혼자 소설을 써나가면서 혼자 웃고 울었다는 신이는 집필 기간이 짧았던 것도 자신의 배우로서 감수성 덕분이라고 말한다.
“배우여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스토리를 생각하며 각 장면과 인물들의 생생한 표정과 몸짓을 상상했고 그래서 묘사가 빨랐다.”
평소 로맨스 소설이나 청소년 성장소설을 좋아해 많이 읽고 있다는 신이는 또 중고교 시절 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한 글솜씨를 지녔다며 수줍어한다. 배우로서 시나리오를 받아 읽으며 스스로 장면을 각색하고 대사를 바꿔 쓴 것도 뒤늦게 들여다보니 ‘습작’이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감성도 펜을 들게 한 배경이 아니었을까. 6개월 전 구상에 들어가 200자 원고지 260매를 약 두 달 동안 메워나간 그녀는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모든 사람들의 사랑은 해피엔딩이어야 한다”고 믿는 그녀는 “그렇지 않으면 속상하다”며 아직 찾아오지 않은 자신의 사랑과 그 상상의 이야기를 소설에 담았다.
이 이야기를 배우답게, 시나리오로 옮겨 쓸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좀 더 디테일한 묘사가 필요하다”고 계획이 있음을 드러냈다. 이미 스릴러 장르의 소설을 하나 써놓기도 했고 앞으로도 짬짬이 글을 쓸 계획이라는 그녀는 새 영화 ‘세라와 라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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