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는 소프트뱅크의 ‘메기’

입력 2009-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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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가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며 출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감독 “클린업 트리오 활약 기대” 발언
4번타자 마쓰나카 “질 수 없다” 각오
기존선수 자리 지키기 ‘메기효과’ 톡톡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이범호(28)를 영입하자마자 ‘메기효과’를 보고 있다. 기존 선수들은 잔뜩 긴장한 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벌써부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메기효과’란 미꾸라지 어항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생기를 잃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비록 메기로 인해 미꾸라지 몇 마리는 희생되겠지만 나머지 미꾸라지는 살기 위해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메기효과’는 기업경영이나 사회 전반에 적용된다. 조직이 현실에 안주하거나 정체돼 있을 때 신진세력을 기용해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 기법이다.

스포츠호치는 23일자 보도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강타자이자 소프트뱅크의 주포인 마쓰나카 노부히코(36)가 내년 시즌 개막전 4번타자 사수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10월에 오른쪽 무릎과 왼쪽 팔꿈치를 수술한 마쓰나카가 한국의 한화에서 가세한 이범호를 상대로 “질 생각은 없다”고 단호한 어조로 각오를 밝혔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아키야마 고지 감독은 이범호 입단식 때 “일본투수들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힘에서 밀리지 않는다”면서 “클린업 트리오에서 쳐주길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자 일본 언론에서는 아키야마 감독의 말을 토대로 이범호가 입단 첫해부터 4번타자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올 시즌 개막전 4번타자를 맡았던 마쓰나카로서는 이범호에게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또한 이날 니시니폰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고쿠보 역시 팀 전력에 상승효과를 안길 이범호의 입단을 반기면서도 경쟁심을 숨기지 않았다.

고쿠보는 “이범호, 마쓰다에 오티스까지 1루와 3루를 놓고 경쟁 중이라 팀에는 더없이 좋은 일”이라면서 “프로는 약육강식의 세계인 만큼 경쟁자들을 제치고 전경기 출장이 가능할 정도로 힘을 비축해 놓겠다”고 말했다.

마쓰나카는 1997년 소프트뱅크 전신인 다이에에 데뷔해 MVP를 2차례(00·04년)나 수상했으며 통산 325홈런, 1078타점을 올린 강타자다. 고쿠보는 1994년 다이에 유니폼을 입은 뒤 올해까지 통산 384홈런, 1154타점을 기록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고쿠보는 3루수 출신이지만 올해는 1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4번타자 경쟁뿐 아니라 소프트뱅크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마쓰다(26)는 올 시즌 3루수를 맡았지만 마무리캠프에서 좌익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외야진도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메기’ 이범호의 입단으로 소프트뱅크 전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범호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선수들의 정신과 육체가 생기를 되찾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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