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의 사부곡] 하늘에서 보고계실 아버지… “그래서 난, 야구를 합니다”

입력 2009-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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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민병헌. 스포츠동아 DB

우물쭈물하다가 조심스럽게 펴 보인 손바닥. 손가락 끝이 벌겋게 성해있었다. 어릴 때부터 겨울만 되면 마치 뱀이 허물 벗듯 피부가 벗겨지는 까닭이다. 그 상태에서 배팅을 하면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프지만 두산 민병헌(22·사진)은 “괜찮다”며 웃었다. 정해진 훈련이 끝난 후에도 커다란 박스 2개에 가득 찬 공을 치느라 상처가 아물 틈이 없지만 민병헌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이런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며 이를 앙다물었다.

민병헌의 아버지는 스포츠광이었다. 축구선수를 꿈꾸다 집안의 반대에 부딪쳐 그만둔 후에도 스포츠라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 챙겨봤다. 아버지는 단순히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고자 했다.

민병헌은 원래 아버지의 권유로 축구를 했다. 하지만 적응하지 못해 결국 야구선수로 전향. 아버지는 아들의 의사를 존중했고 응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민병헌의 곁에는 프로무대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뿌듯해할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는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중학교 3학년짜리 아들을 두고 세상을 등졌다. 민병헌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홀로 남은 어머니, 남동생을 내가 돌봐야했다”며 “훈련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어도 가계를 책임져야 해서 그럴 수 없었다. 생전 스포츠를 너무나 좋아하셨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병헌은 욕심이 많다. 훈련을 열심히 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하지만 지난해 손가락 골절로 가을잔치에 못 나갔고 올해는 쟁쟁한 선수들에게 밀려 선발기회를 많지 잡지 못했다. “내 자신에게 화가 난다”는 민병헌은 “지금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다”며 아픈 손으로 방망이를 꽉 쥔 채 실내타격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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