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가을이야기]용덕한의사부곡“아들이준PO안방꿰찼습니다”

입력 2009-09-3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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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용덕한. [스포츠동아 DB]

그 날도 가을이었답니다. 두산 용덕한(28·사진)이 아버지와 영영 이별하던 날.

밥상 앞에서 막 수저를 들던 참이었습니다. 갑자기 대구에 있는 사촌형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받자마자 느껴집니다. 평소보다 목소리가 무겁다는 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형이 힘겹게 내뱉습니다. 하마터면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 했습니다. 맞은편에 앉은 누나는 영문을 모른 채 바라봅니다. 눈앞이 아득해지고 숨이 막혀옵니다. 2005년 9월11일의 일입니다.

부모는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혼했습니다. 이후 15년 동안, 자식 둘을 홀로 키워왔던 아버지입니다. 장성한 딸과 아들을 서울로 올려 보낸 후에는, 대구에서 외로움을 달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간이 안 좋아졌고, 간경화가 왔습니다. “건강이 안 좋으신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은 몰랐어요.” 혼자 있을 때 눈을 감으시게 한 게, 그 때나 지금이나 가장 가슴이 아프답니다.

일주일에 걸쳐 상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곧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팀이 가을잔치를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2004년에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고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그입니다. 홍성흔, 강인권, 그리고 용덕한. 백업으로도 자리가 없었습니다. ‘이번엔 기회가 오지 않을까’ 미리 기대도 해봤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잃은 슬픔은, 스스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깊었습니다. “참 많이 울었어요. 밖으로도 울고, 속으로도 울고. 집에 오면 술도 많이 먹었죠. 아무리 운동에 집중하려 해도 마음이 잡히지 않았어요.” 김경문 감독은 결국 2005년엔 용덕한에게 휴식을 주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기나긴 가을이 흘러갔습니다.

사흘 전. 용덕한은 아버지의 네 번째 기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사진 속의 아버지를 향해, 마음으로 약속했습니다.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기회, 데뷔 후 처음으로 맞이할 가을잔치를 결코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고요. “그 때는 세 명 중 세 번째였지만 지금은 두 명 중 두 번째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쑥스러워 하던 그는 준PO 1차전에 선발 포수로 출장했습니다. “우승 반지를 아버지께 바치겠다”는 각오를 품은 채로 말입니다. 한 번도 소리 내어 말해 본 적은 없지만, 아들은 여전히 아버지가 너무나 보고 싶답니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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