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전북 안성재 과장 “선수때 보다 주무로 우승도전 특별”

입력 2009-1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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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주무 안성재 과장. 스포츠동아DB

현대車 전성기 이끈 배구스타 출신 …“첫 우승의 환희 잘 알고 있거든요”
전북 현대 김욱헌 대리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2006년 K리그 클럽으로는 처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할 때 주무였거든요. 홍보팀 손지훈 대리도 “결승전 원정 때 내가 선수단 40인분의 밥을 다 했다”면서 한 몫 거듭니다.

전북 프런트와 술자리에서 챔스리그 우승 이야기는 단골메뉴입니다. 그러나 두 대리의 자부심도 이 사람 앞에서는 ‘새발의 피’입니다. 바로 현재 주무를 맡고 있는 안성재 과장(사진)이죠. 구단 역사상 처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K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거든요. 안 과장의 키는 191cm. 짐작대로 배구선수 출신입니다. 현대자동차서비스 시절 마낙길, 하종화, 윤종일과 함께 전성시대를 이끌었죠.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속공이 주무기였답니다. 1998년 말 은퇴하고 일반 직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던 그는 작년 초 전북축구단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오자마자 팀 성적이 부진하면서 그는 심한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주무가 바뀌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주변의 농담도 그에게는 상처로 다가왔습니다. 밤에 소주 한 잔 입에 털어 넣어야 겨우 잠들곤 했으니까요. 그러나 전북은 후반기부터 힘을 내 극적으로 6강 PO에 올라 4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초반부터 승승장구하며 1위에 올랐습니다. 이제야 어깨를 펴고 다니는 안 과장에게 이번 챔프전은 더욱 특별합니다. 선수시절 고려증권에 막혀 매번 준우승만 하다가 딱 한 번 우승을 경험했기에 우승의 ‘환희’와 준우승의 ‘좌절감’을 너무도 잘 알거든요. “결승전 앞두고 인터뷰하면 괜히 김샌다”며 한사코 취재를 거부하던 그는 우승 이야기가 나오자 “선수 때보다 주무로 우승하면 훨씬 기쁠 것 같다”고 슬며시 미소를 짓네요.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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