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또 무전기? 아침 기분따라 결정”

입력 2009-1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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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 감독. 스포츠동아DB

양팀 사령탑 입씨름 미디어데이 후끈
“오늘 같은 모습이 바로 저희가 기대했던 장면이에요.”(프로축구연맹 직원)

이보다 더 유쾌할 수는 없었다. 성남과 전북의 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을 앞두고 양 감독의 미디어데이가 열린 1일 탄천종합운동장. 입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성남 신태용 감독과 전북 최강희 감독이 만나자 20여 분에 걸친 인터뷰 행사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쳐났다.

이날의 백미는 ‘무전기 매직’에 대한 단상. 챔프전에서도 또 관중석에서 선수들을 지휘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은 신 감독이 “일단 내일(2일) 아침에 눈을 뜨고 기분에 따라 관중석에 올라가든, 말든 할 것”이라고 하자 최 감독은 자신의 퇴장 경험에 빗대 “난 무전기 대신 휴대폰을 활용했다”고 대꾸했다. 이에 신 감독이 “핸드폰은 연결시간이 꽤 걸리지 않나”라고 속삭이듯 되묻자 최 감독은 “진동으로 놓고 손에 쥐고 있으면 빨리 연결된다”고 조언했다.

나란히 목표로 삼은 우승에 대한 열망도 놓칠 수 없는 부분. 최 감독이 “신 감독의 열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부임 첫 해에 너무 잘하면 이후부터 (기대치 때문에) 어려우니 이번은 전북에게 양보하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자 신 감독은 “프로에서 2등은 필요 없다고 선수들과 약속해서 죄송하지만 선배에게 양보할 수는 없다”고 응수, 웃음을 자아냈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는 두 사령탑이 설전을 벌이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프로연맹 관계자들도 “챔프전이나 플레이오프처럼 큰 경기를 앞두고 2005년부터 계속 미디어데이 행사가 진행돼 왔는데, 올해처럼 재미있었던 기억은 없다”면서 “실제로 유독 즐거움을 주는 감독들이 있고, 오늘이 딱 그랬다”고 밝게 웃었다.

성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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