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탐구] 한화 4번 김태완, 야구노트만 9권…그라운드의 공부벌레

입력 2009-1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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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유진한 기자 haja1787@donga.com

한화 김태완(캐리커처)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거포다. 그는 내년부터 장종훈과 김태균의 뒤를 잇는 한화의 3대 4번타자로 출전한다. 내년 목표는 생애 첫 3할과 30홈런이다. 그는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한화 4번타자의 홈런왕 계보를 이어가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새로운 4번타자 김태완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김광현·봉중근·양현종…

투수 대처방안 분석 또 분석

1년마다 쌓인 1권의 자료들

어느덧 9권… ‘재산목록 1호’



○내년 목표는 30홈런, 그리고 7년 연속 20홈런!

부상만 없었다면 2년 연속 30홈런도 가능했다. 2008년에는 왼쪽 허벅지 부상이 있었고 올해는 왼쪽 손목부상이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혔다. 그래도 2년연속 23개의 홈런을 쳤다. 데뷔 5년째인 내년에는 4번타자다. 2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30홈런에 도전한다. “태균이 형과 범호 형이 있을 때는 못느꼈던 책임감이 생겼어요. 새로운 도전이지만 자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목표는 7년 연속 20홈런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7년 연속 20홈런을 때린 타자는 삼성시절의 이승엽(7년 연속 30홈런)밖에 없다. 5년 연속 20홈런을 때린 타자도 마해영,박재홍,우즈 세명 뿐이다. 존경하는 선배 장종훈과 김태균도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앞으로 5년 더 20홈런 이상을 치겠다는 것은 한화 4번타자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9권의 야구노트

김태완은 분석력이 강하고 영리한 타자다. 그에게는 재산목록 1호로 분류되는 9권의 노트가 있다. 중앙고 3학년때부터 1년에 한권씩 경기와 훈련때 느낀 점을 정리한 보물이다. 특히 각팀 투수들에 대한 대처방안이 잘 정리되어 있다. 특급좌완 SK 김광현, LG 봉중근, KIA 양현종, 히어로즈 이현승에 대한 평가도 모두 다르다. 투수 개개인의 심리적인 성향과 볼카운트에 따른 구종의 변화, 카운트별로 노려쳐야 할 공들이 세밀하게 적혀 있다. 올시즌 김태완의 가장 큰 목표 가운데 하나는 출루율 4할이었다. 출루율 향상이 홈런과 타점상승에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여기에도 숨은 노하우가 있다. 투수분석과 함께 양준혁, 김현수, 페타지니, 김태균처럼 선구안 좋은 타자들을 계속 연구했다. 결국 지난해 0.362의 출루율을 0.419로 끌어 올렸다. 김태완은 LA 에인절스의 블라디미르 게레로를 좋아한다. 그의 과감하고 거침없는 스윙 때문이다. 물론 김태완도 국내에서는 가장 호쾌한 스윙을 하는 타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나쁜 볼에도 방망이가 나가는 게레로의 무자비한 스윙은 닮지 않겠다고 한다.


○산행과 요가, 그리고 전경기 출장

10월초부터 김태완은 일주일에 3차례 산에 오른다. 대전의 보문산과 계룡산, 식장산에서 3시간씩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 “산에 오르면 마음이 편해지고 반성과 다짐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는 게 김태완의 산행 예찬론이다. 오후에 3시간에 걸친 타격과 수비훈련을 마치면 저녁에는 1시간씩 요가를 한다. 산행과 마찬가지로 요가도 정신수양에 큰 도움을 준다. 2년간 부상으로 고전한 김태완에게 산행과 요가는 부상없는 내년을 기약하는 시간이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떠난 한화타선이 내년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새로운 4번타자 김태완의 역할이 결정적일 것이다. “부상없이 전경기 출장을 한다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겠죠.” 요즘 김태완의 마음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싶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김태완은 공익근무로 군복무를 해야 한다. 한화 리빌딩의 중심에 서 있는 4번타자가 1년을 뛰고 팀을 떠난다는 것은 개인과 팀에 큰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 내년에는 광저우아시안게임이 있다. 금메달을 따면 군복무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태완도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솔직한 목표를 갖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서 국가대표가 되고 싶습니다. 기회를 잡을 줄 아는 것도 프로라고 생각합니다.”


○체육교사가 꿈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처음 야구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조건을 내세웠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 신월중학교 때 김태완은 항상 반에서 상위 5등안에 있었다. 특히 영어와 수학을 잘했다. 야구부에서는 주로 2루와 3루수로 활약했지만 꿈은 체육교사였다. 중앙고에 진학해서도 김태완은 야구보다는 공부에 더 신경을 썼다. 3학년때 화랑기 8강에 든 게 최고 성적. 한화가 2차 8번에 자신을 지명한 것조차 몰랐다. 성균관대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야구수업을 쌓았다. 이연수 감독이 자신을 1학년때부터 4번타자로 기용한 것. “펀치력이 좋고 몸이 상당히 부드러운 선수였다. 해가 갈수록 펀치력은 계속 좋아졌다”는 게 이연수 감독의 얘기다. 스포츠과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입학까지 계획했던 김태완이 프로행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3학년 때다. 난생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난 뒤다.“야구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처음으로 프로에 한번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체육교사를 포기한 아쉬움은 있지만 김태완은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일찌감치 쌓은 영어실력 덕에 여전히 외국인선수와 이야기도 잘 하고 있다.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김태완은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는 야구선수도 수업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일본처럼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면서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한다는 게 김태완의 생각이다. 고등학교 2학년이면 스스로 운동과 학업을 택할 수 있는 시기다. 그래서 고교 2학년까지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김태완의 생각은 야구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스포츠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도 하다. 야구만 해도 해마다 프로와 대학진학에 실패한 실업자가 500여명에 이른다.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문화. 어른들이 만들어가야 할 과제다.


○모두가 한마음! 이런 분위기 처음

리빌딩에 한창인 한화는 창단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떠난 타선도 약하고 송진우,정민철이 은퇴한 마운드의 힘도 많이 떨어졌다. 신임 한대화 감독이 어떤 지도력을 보여줄 지도 관심사다. 이런 분위기에서 의외로 김태완의 표정은 밝다. 그는 “위기를 인정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는 말을 좋아한다며 시간은 새로운 한화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태완은 프로야구를 대표할만한 거포로서의 능력을 갖고 있다. 그는 30홈런을 넘어 40홈런도 칠 수 있는 타자다. 올해 KIA 김상현이 프로야구를 강타한 것 이상의 폭풍을 김태완이 내년 시즌 몰고 올지도 모를 일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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