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이대형 산타아저씨 오셨네”

입력 2009-1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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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나아서 맘껏 뛰어놀아라”
희귀병 어린이에 2천만원 성금


송민성(5)군은 8월 7일 잠실구장에서 시구를 한 뒤 소원이 하나 생겼다. “야구선수 아저씨들이 좋아요. 병이 나으면 저도 야구선수가 될래요.” 이루기 쉬운 꿈은 아니다. 민성군과 누나 예린(8)양은 국내에 3명, 전 세계에 10명밖에 사례가 없다는 터프팅장염을 동시에 앓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영양분 흡수를 위한 호스를 몸에 꽂고 살아왔다. 그나마 LG 박용택(30)과 이대형(26)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약값조차 대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23일 서울 혜화동 서울대 어린이병원. 남매는 모처럼 활짝 웃었다. 천사와도 같은 두 ‘아저씨’가 산타 복장으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저씨들이 친구들 앞에서 레크리에이션도 함께 해줬고, 자루 가득 준비해온 선물도 나눠줬다. 조용했던 병원에 활기가 넘쳐 들썩거렸다.

뿐만 아니다. 박용택이 안타당 3만원씩 모은 504만원과 이대형이 도루할 때마다 5만원씩 쌓아올린 320만원, 그리고 LG전자에서 보탠 정성을 합해 총 2000만원이 병원에 전해졌다.

그 중 남매의 몫은 1600만원. 어머니 김연옥씨는 “한 아이의 1년분 약값이 1200만원을 넘는다. 그동안 병원에서 생활하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두 선수의 도움 덕분에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박용택은 세 살 난 딸 솔비의 아빠다. 안 그래도 고열에 시달리는 딸의 체온을 재기 위해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다 왔다. 그러니 한창 뛰어놀 나이에 병원에 누워있는 아이들을 보는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빨리 나아서 건강하게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대형 역시 “더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뛰어서 더 큰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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