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멘토] 사재혁, 어깨·무릎 고장난 역도선수…‘이형근 감독 힘’ 받고 금 번쩍!

입력 2010-0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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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생명이 끝났다”라는 비아냥거림을 이겨내고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선 사재혁에게는 이형근 감독이라는 ‘멘토’가 있었다.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인 2004년 11월 이 감독을 처음 만난 이후 사재혁에게는 ‘자신감’이라는 무기가 생겼다. [스포츠동아 DB]

《트로이 목마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원정길에 오르며 아들 텔레마코스를 친구 멘토르에게 맡겼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돌아올 때까지 20년 동안 텔레마코스의 선생님이자 친구, 때로는 아버지로 함께 했다. 이후 멘토르는 소중한 조언자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시련과 좌절을 딛고 일어선 수많은 스포츠스타들의 곁에는 멘토르 같은 든든한 멘토가 있다. 스포츠동아는 ‘내 인생의 멘토’ 코너를 통해 스포츠스타들의 눈물과 영광을 함께 한 소중한 멘토를 소개한다.》

2001년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2003년에는 왼쪽 어깨에 탈이 났다. 수술만 4차례. 주위에선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말이 돌았다. “기술 없이 힘만으로 역도를 한다”, “성격이 다혈질이라서 통제하기 힘들다”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인생의 전부인 바벨과 이별을 고민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불과 3년 전 ‘이미 끝났다’는 소리를 듣던 사재혁(25)은 역도 남자 77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년간의 공백, 국제대회 성적이라곤 2007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이 전부였던 사재혁이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스스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자 정신적 지주”라고 밝힌 이형근(46) 감독이다.

사재혁과 이 감독은 공통점이 참 많다. 168cm와 170cm의 키도 비슷하고 80kg 전후의 몸무게도 같다. 지금은 이 감독이 자상한 스타일의 지도자로 변신했지만 젊은 시절 불같은 성격마저 사재혁과 똑같다는 게 많은 역도인들의 전언이다. 사재혁은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된 2004년 11월 이 감독을 처음 만났다. 그는 “호랑이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한 눈에 진짜 무서운 감독님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훈련을 계속 함께 하면서 마음의 교감이라고 할까? ‘아! 감독님만 믿고 따라가면 뭐든지 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사재혁은 부상의 위험도 마다하고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질하는 남다른 열정을 가진 선수였다. 누구보다 먼저 이를 알아차린 이 감독은 혹독한 채찍보다는 목표를 향해 함께 뛰는 동반자로 사재혁과 마음을 나눴다. 14일 사재혁은 태릉선수촌에서 체력테스트를 받았다. 영하의 강추위에 칼바람까지 더했지만 힘든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다. 대신 “감독님이 옆에 계신 것만으로 힘이 난다”며 활짝 웃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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