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식객:김치전쟁’ 김정은, 나의 변신 “라면 끓이기가 전부였던 내가, 김치까지 담근다니까요 대박이래요, 엄마가…

입력 2010-0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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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객:김치전쟁’의 주인공 장은에 대해 김정은은 “그동안 연기했던 인물 중 가장 불친절할 것 같다”며 걱정했다. 그녀는 이번에 냉철한 요리사로 변신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그녀는 집에서 챙겨왔다며 가방 안에서 보온병과 종이컵을 꺼내더니 “피로회복에 좋다”고 메밀차 한 잔을 권했다. 드라마나 영화 속, 그리고 진행을 맡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보던 모습 그대로 김정은은 이렇게 살가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식객:김치전쟁’(감독 백동훈·제작 이룸영화사)을 찍을 때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요리 실력이 드디어 나왔다”고 웃을 때나, “이제 요리가 되니 시집만 가면 되면 되나요”라고 물을 때 역시 그랬다.


○요리, 일취월장

만화부터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진 ‘식객’은 우리에게 이제 전통 음식을 대표하는 친숙한 수식어가 됐다. 김정은에게도 ‘식객’은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전통음식을 만든 경험이 없는 그녀로서는 ‘식객:김치전쟁’의 출연을 결정할 때 무엇보다 요리가 가장 큰 고민의 대상이었다. 촬영 시작하기 3개월 전부터 전통 요리의 기초부터 익혔지만 부담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저는 영화 속에서 그냥 요리사도 아닌, 천재요리사거든요. 저와 정말 거리가 멀어요. 어릴 때부터 천재인 주인공인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썰고 다듬고 만들고 대결하는 과정을 관객이 볼 때 말이 되도록 했죠. 최대한 시각적으로 흥분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혹독했던 영화의 촬영 과정은 김정은에게 요리 실력이란 예상치 않았던 선물을 남겼다. “집에서 겨우 커피 한 잔, 배가 고프면 라면 하나 끓어 먹는 게 전부”였다는 그녀가 촬영을 끝낼 무렵에는 김치까지 직접 담글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한식에 있어서는 ‘기본기’를 갖춘 셈. 이를 누구보다 반긴 사람은 그녀의 어머니였다.

○ ‘식객’ 그리고 영화

영화는 한식의 세계화를 주장하는 유명 요리사 장은과 음식은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믿는 성찬의 대결을 다룬다. 김정은이 분한 장은은 속마음을 감춘 채 목표를 향해서 돌진하는 인물. 촬영장에서 백동훈 감독은 김정은에게 시종일관 포커페이스를 요구했다. 때문에 김정은은 “관객이 낯설어 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휩싸이기도 했다.

“제가 했던 역할 가운데 가장 불친절한 것 같아요. 맡은 캐릭터 탓인데 현장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늘 혼자였던 영화이기도 해요. 겁도 났고 우아함을 유지하는 일 역시 쉽지 않았어요.”

김정은의 이런 우려는 한편으론 관객의 기대치를 높이는 요소가 된다. 주로 쾌활하고 건강한 인물을 연기해왔던 그녀가 이번에는 ‘냉철한’ 완벽주의자로 변신한 까닭이다.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목표를 향해 가는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한 김정은은 “우리 엄마가,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음식의 맛이 관객에게도 전달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 여배우가 잘 나이 먹는 법

주연을 맡은 영화가 개봉하는 등 어느 해보다 이루고 싶은 게 많은 해일 텐데도 그녀는 “올해는 무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발칙한’(?) 고백을 실토했다.

“솔직히 여배우들이 나이를 먹어 가는 게 좋다고 말하는 건 순전히 거짓말이에요(웃음). 젊은 친구들이 때론 부럽기도 한데 욕심을 내면 제 생활이 달라질 거예요. 마음을 비우는 연습 중이죠. 그동안 너무 치열하게 욕심을 부렸다면 이제는 순리대로 가고 싶어요.”

김정은은 “여배우로서 어떻게 나이가 잘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이라고도 했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나이에 맞게 살려면 일종의 해탈의 경지가 필요하다”며 “새해에 아무 계획을 세우지 않은 이유도 자연스럽게 나를 맡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식객:김치전쟁’은 그녀에게 “배우로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영화”이자 “30대 후반과 40대를 준비하게 된 출발점”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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