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스포츠] 루스의 기록 깬 죄?… * 은 야구판 ‘주홍글씨’

입력 2010-0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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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61 ’의 주인공 로저 매리스의 홈런기록에는 무려 40년 동안 별표가 주홍글씨처럼 찍혀있지만 이제 그 별은 가장 빛나는 기록의 상징처럼 보인다.

‘61*’에 숨겨진 사연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를 각본 있는 영화가 더 재미있게 만들 수는 없다.” 지난 수 십 년간 영화 제작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힌 말이다. 그러나 그만큼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극적인 반전과 결말을 갖추고 있는 스포츠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영화 소재다. 수많은 제작자와 감독, 배우들은 스크린에서 그라운드의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인생을 걸었고 빼어난 작품들이 탄생했다. 스포츠동아는 ‘영화 속 스포츠’를 통해 그 뜨거운 감동을 전한다.

제목 참 희한하다. ‘61 ’, 61은 숫자인 것 같은데 별표가 붙어있다. 무슨 사연일까?

스테로이드 복용을 고백하기로 한 마크 맥과이어는 떨리는 손으로 어느 곳엔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곧 언론에 발표될 예정이다. 고인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맥과이어는 로저 매리스의 유족에게 가장 먼저 스테로이드 복용을 참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맥과이어와 매리스의 가족은 2001년 제작된 영화 ‘61 ’(감독 빌리 크리스탈) 도입부에 감동적으로 등장한다. 1998년 9월 8일 맥과이어가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세우는 순간 매리스의 유족은 직접 경기장에서 응원하며 눈물을 흘린다.

‘61 ’은 신성불가침처럼 여겨졌던 베이브 루스의 홈런 기록에 도전한 죄로 온갖 시련을 겪은 로저 매리스에 관한 영화다. 매리스가 198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기록 61에는 별표가 붙어있었다. 1991년에야 공식기록으로 인정됐고 마크 맥과이어가 그 기록을 뛰어넘은 1998년 그의 험난했던 도전이 새롭게 조명됐다.

영화는 홈런을 칠 때마다 환호가 아닌 야유에 협박까지 들어야 했던 매리스의 고뇌 속에서 스포츠 도전정신의 숭고함을 절묘하게 이끌어냈다. 메이저리거가 뽑은 최고의 야구 영화 톱10에 뽑힐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된 경기장면도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로저 매리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던 별표는 1991년까지 무려 40년 동안 낙인처럼 찍혀있었다. 하지만 20년이 더 지난 지금 매리스의 61호는 진정한 단일시즌 최다 홈런기록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신 스테로이드의 도움을 받은 맥과이어의 70호, 새미 소사의 66호, 배리 본즈의 73호 옆에 별표를 달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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