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과외 ‘봉’ 잡은 이형종

입력 2010-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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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눈물은 없다.’ LG ‘눈물 왕자’ 이형종이 데뷔 3년만인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제 기량을 펼칠 수 있을까. 그는 든든한 선배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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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될 놈이면 말도 안한다.”

LG 이형종(21)의 별명은 ‘눈물 왕자’다. 서울고 시절 대통령배 결승에서 마운드에서 눈물을 흘리며 역투하던 모습에서 비롯된 별명. 그러나 이젠 눈물을 거둬도 될 것 같다.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끌어주는 선배 선수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박명환과 이동현은 예전 재활훈련을 함께 할 때부터 이형종에게 소문난 잔소리꾼이었다. 주위에서 “유독 이형종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박명환은 “크게 될 놈이다. 안될 놈이면 말도 안 한다”고 말했다.

이형종이 재활훈련을 끝내고 본격적인 투구를 시작하자 최근에는 봉중근이 조교로 나섰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물론 모든 훈련과 행동에 대해 일일이 지적하고 조언을 하고 있다. 봉중근에게 묻자 역시 똑같은 대답. “15승을 해낼 친구다. 안 될 놈이면 말도 안한다.”

2008년 1차지명을 받고 LG 유니폼을 입은 이형종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그동안 지루한 재활훈련을 거쳤다. 동기생 정찬헌과 이범준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기도 꺾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사이판 마무리훈련 때 100%% 전력피칭을 해도 통증이 없자 자신감을 찾았다. 이번 사이판 전지훈련에서도 벌써 포수를 앉혀놓고 사이드피칭을 하고 있다. 80%%의 힘으로 하루 60개를 던지고 있지만 여전히 통증이 없다. 김광삼 서승화 등과 함께 가장 빠른 페이스다.

LG 선수들과 코치, 구단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형종은 보통 선수와는 격이 다른 피칭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베테랑 투수 류택현은 “야구하는 사람들은 던지는 것만 보면 특급 투수냐, 수준급 투수냐를 알 수 있다. 이형종은 구위는 물론 피칭 메커니즘이 워낙 좋아 아프지 않고 경기감각만 찾으면 특급투수가 될 것이다”고 장담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찾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박종훈 감독은 “재활훈련만 하느라 입단 후 늘 어두웠던 얼굴이 밝아진 점이 고무적이다”며 멘털의 변화를 반가워했다. LG 운영팀 김준기 과장은 “야생마 기질이 있다. 배짱도 있고, 승부욕도 남다르다. 싸울 줄도 아는 선수”라며 “자신감만 찾으면 무섭게 치고 나갈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사이판에서 김광삼과 룸메이트로 붙인 것도 구단의 배려. ‘바른생활맨’인 김광삼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체득하라는 뜻이다.

입단 3년 만에 1군 마운드에 데뷔할 가능성이 높은 이형종. 그리고 올 시즌 마운드에서 눈물 대신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일단 지금까지는 희망적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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