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Q|박미선, 그녀가 뜨는 이유] 그를 키운 건 8할이 아줌마정신이었다

입력 2010-0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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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 여걸’ 박미선. 유재석과 강호동을 위협하는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그녀의 성공 비결은 바로 ‘줌마 리더십’이다. [사진제공=사이더스HQ]

‘예능계 여걸’ 박미선. 유재석과 강호동을 위협하는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그녀의 성공 비결은 바로 ‘줌마 리더십’이다. [사진제공=사이더스HQ]

□ 박미선의 성공비결
고정프로만 7개…“70%%는 생계를 위해 일 해”
“엣지없는 ‘새마을 멘트’도 내 단골
게스트 제의도 체면 버리고 OK
아줌마정신…뭐든지 뚫었다”
“워킹맘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고정 출연 프로그램만 7개. 지금 박미선의 입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줌데렐라’ 신드롬을 주도한 아줌마 진행자 그 이상이다. 유재석과 강호동이란 양강 체제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들을 위협할 강력한 ‘대항마’로 주목받는 그녀. 그런 박미선을 두고 일부 방송 관계자들은 약간의 과장을 보태 ‘예능계의 잔다르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터뷰를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바빠서’ 기자를 만날 여유가 없다는 그녀를 굳이 마주한 이유는, ‘시청자의 큰 사랑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박미선 찬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직업인이기에 앞서 엄마이자 아내의 인생을 살고 있는 워킹맘으로서 박미선은 어떻게 전쟁터와도 같은 예능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바쁜 스케줄에 쫓겨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난 박미선은 자신을 “70%%는 생계, 30%%는 자아성취를 위해 일하는 워킹맘”이라고 소개했다. 박미선이 스스로 밝힌 성공 비결은 ‘아줌마 리더십’으로 요약됐다. ‘유재석처럼 말하고, 강호동처럼 행동하라’는 리더십 책도 나온 요즘, 유재석으로 대변되는 포용의 리더십과 강호동이 상징하는 카리스마 리더십과는 다른 ‘아줌마 리더십’은 무엇일까.

박미선은 “세상의 모든 워킹맘이 그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자신의 말을 “그저 ‘리마인드’(remind)로 생각해주기를” 당부했다.


○ 아줌마 리더십의 핵심 “아줌마임을 잊지 말라.”

박미선은 아줌마란 특별한 지위가 자연스레 가져오는 성향 가운데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세상의 진리가 의외로 가까운 곳에, 평범하게 놓여 있듯 이른바 ‘아줌마 리더십’ 또한 그러했다.



“아줌마는요, 누구와도 어울리고, 또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진짜 열심히 하죠, 빼지 않고….”


○ 배려가 무기다.

박미선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TV 예능계를 “작은 회사”에 비유했다. “진행자와 다수의 게스트로 조직돼 하나의 목표를 향해 소통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박미선이 강조한 것은 바로 ‘소통’의 방식.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냐 하면 대본에 써있는 게스트의 이야기도 분위기 봐서 재미없으면 ‘가차 없이 무시’돼요. 시간내 출연한 게스트 입장에서는 당연히 섭섭하지요. 저는 적어도 대본 상에 예정돼 있는 게스트의 몫은 반드시 챙겨주려고 해요.”


○ 궂은 일을 마다하지 말라.

어떤 조직이던 ‘제발 이것만은’이라며 서로가 등 떠미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기 마련이다. 박미선은 그것이 예능 진행자들 사이에도 존재한다며 ‘새마을 멘트’란 낯선 단어를 꺼냈다.

“낯간지러운 말 있잖아요. 내용이 뻔한 교훈적인 말들. ‘엣지 없으면’ 외면당하는 요즘 같은 때에 누가 그런 ‘새마을 멘트’를 하겠어요. 전 그거 담당이에요. (웃음)”

박미선은 동료 연예인들 사이에서 ‘정리 박’으로 통한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재치의 향연 속에서 프로그램 흐름이 순간적으로 방향을 잃었을 때, 박미선은 프로듀서가 주문하지 않아도 나서서 교통정리를 한다. 그녀는 “중재 또한 아줌마가 발휘할 수 있는 재주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 자리를 버려라.

나이가 들면 체면을 더욱 따지게 된다. 인간의 습성이 그러하니 굳이 비난할 수는 없는 일. 그러나 박미선은 “자신에게는 당연하다는 자리를 버리라”고 했다.

그녀는 “여배우가 주인공만 하다가 엄마 역할이 들어오면 살짝 고민하게 되듯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고 실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불과 몇 년 전 이야기에요. 한동안 일이 끊긴 적이 있었지요. 어느 날엔가 게스트 출연 제의가 왔는데…솔직히 자존심이 좀 상하더라고요. 내가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체감한 순간이라고 할까? 하지만 나갔어요.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며 수없이 다짐하면서…. 끈을 놓지 마세요, 기회는 꼭 오게 돼있어요.”


○ 뭉쳐야 산다.

TV 예능계에도 버젓이 ‘라인’이 존재한다. 유재석을 중심으로 한 ‘유라인’, 강호동의 ‘강라인’, 또 이경규의 ‘규라인’으로 삼등분된 TV 예능계. 아직 여성 진행자들에겐 이렇듯 뚜렷한 라인이 없다. 굳이 구분하자면, 박미선-이성미-이경실로 이어지는 ‘박라인’과 송은이의 ‘송라인’, 또 현영의 ‘현라인’ 정도라고 할까.

“우리는 라인이 없어요.” 박미선은 손사래를 쳤다. 정말 그럴까. “남성 진행자의 라인이란 게 사실 소속 사무실 위주잖아요. 물론 여성 진행자들도 굳이 나누겠다면 할 수 없지만…, 이 험난한 예능계에서 여자들끼리 똘똘 뭉쳐도 될까 말까인데 무슨 여력으로 줄을 세워요, 하하.”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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