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망한 도박

입력 2010-0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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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약체 대구 오리온스와 졸전 끝에 신승. 7일 울산 모비스에 22점차 대패. 그리고 9일에는 시즌 전적에서 3승1패로 앞서던 원주 동부에게 마저 무릎을 꿇었다. 하승진이 없는 전주 KCC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것인가. 2연패를 노리는 KCC 허재(사진) 감독의 시름은 더 깊어지게 됐다. 전주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KCC허재감독 ‘하승진 공백 메우기’ “전술 다바꿔”
낯선 패턴플레이 선수들 당황…동부에 4연승 헌납
7일 울산 모비스와의 원정경기가 60-82, 대패로 끝난 뒤 야간에 전주로 이동한 KCC 허재 감독은 분한 마음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술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별 효과가 없었다. 새벽녘에 어렵게 잠이 든 그는 고심 끝에 ‘위험한 도박’을 선택했다.

하승진 중심으로 짜여졌던 약속된 플레이를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패턴을 시도하기로 했고 이튿날부터 당장 선수들에게 새 패턴을 주입했다. 포스트업을 곧잘 하던 아이반 존슨이 하승진 이탈 이후 소극적 공격을 보이자, 그를 골밑에 박아두기로 하는 등 새 작전을 구상했다. ‘태풍 가드’ 전태풍의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면서 외곽슛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도 찾았고, 수비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좀더 빠르고 적극적인 로테이션도 주문했다.

사실 시즌 중반, 팀 패턴을 완전히 새로 짠다는 건 도박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허 감독은 그 위험성을 알고도 팀의 틀을 새로 짤 수밖에 없었다.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 ‘전력의 8할’이라는 하승진이 이탈한 뒤 총체적 난국에 빠진 팀을 그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즌 중반 삼성에서 테렌스 레더까지 영입해 ‘우승 전력’으로 급부상했던 ‘디펜딩 챔피언’ KCC에게 올스타전에서 찾아온 하승진의 종아리 부상 이탈은 재앙에 가까운 것이었다. 브레이크 이후 KCC는 약체 오리온스에 겨우 이긴 뒤 선두 싸움중인 모비스에 덜미가 잡혔고, 허 감독은 장고 끝에 ‘위험한 도박’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농구대통령’의 위험한 도박은 첫 게임에서 실패로 끝이 나고 말았다.

KCC는 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의 홈 경기에서 71-80으로 또다시 패했다. 49-58, 9점 뒤진 채 4쿼터를 맞은 KCC는 경기 종료 3분56초를 남기고 강병현의 3점슛으로 67-69까지 따라 붙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4쿼터 초반 강은식과 추승균이 잇달아 5반칙 퇴장한 게 아쉬웠다. 전태풍(18득점·6어시스트·5스틸)의 투혼도 빛을 보지 못했다.

동부전 3연승이 끊긴 KCC는 30승14패를 마크하며 동부와 공동 3위로 내려앉았다. 동부에선 22득점·11리바운드를 기록한 김주성의 활약이 돋보였다.

제스퍼 존슨의 시즌 첫 트리플더블(14득점·13리바운드·10어시스트)을 앞세운 부산 KT는 서울 SK에 86-71로 승리, 모비스에 1게임차로 따라 붙으며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전주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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