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최나연 ‘설날의 추억’…어릴적 한복 입고 샷연습 세뱃돈 생각 아직 설레요

입력 2010-0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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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은 18일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미 LPGA 투어 개막전 혼다PTT LPGA타일랜드 출전을 위해 이번 설을 태국에서 보낸다. 6주간의 혹독한 미국 전지훈련이 개막전은 물론,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어떤 결실로 다가올지 기대해보자. [스포츠동아 DB]

최나연은 18일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미 LPGA 투어 개막전 혼다PTT LPGA타일랜드 출전을 위해 이번 설을 태국에서 보낸다. 6주간의 혹독한 미국 전지훈련이 개막전은 물론,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어떤 결실로 다가올지 기대해보자. [스포츠동아 DB]

2월 18일. LPGA 투어의 2010 시즌이 태국에서 개막한다.

올해는 더욱 치열한 ‘여제’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건재하지만 신지애(22·미래에셋)와 최나연(23·SK텔레콤) 등 우리 선수들의 추격이 그 어느 해보다 거세다. 12일 태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최나연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리유니언 골프장에서 만났다.


○새가슴 오명 훌훌

최나연의 아이언이 쉬지 않고 돌아간다. 이렇게 매일 수천 개의 샷을 하면서 6주를 보냈다. 지금까지 외부로 드러난 최나연은 누가 봐도 순둥이다. 그런데 순하고 착해만 보이는 그가 클럽만 손에 쥐면 전혀 딴 사람이 됐다. 정말 최나연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악바리가 된다. 의외다.

한 때 사람들은 ‘새가슴’이라고 했다. 2008년 에비앙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다 막판 역전을 허용해 우승을 놓친 뒤에 붙여진 별명이다. “나쁘진 않아요. 그날 이후 많이 유명해졌거든요. 그때 제 미니홈피에 몇 만 명이 들어왔을 정도로 관심이 대단했죠. 안타까워서 힘내라는 위로의 글이 많았죠.”

아마도 그때 스스로 무너지고 포기했더라면 작년과 같은 성적은 기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최나연은 더욱 강해졌다. 작년 삼성월드챔피언십과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우승은 성장통을 겪으면서 만들어낸 의미 있는 우승이다. 이제는 누구와 상대해도 주눅 들거나 기죽지 않는다. 새가슴이라는 오명도 훌훌 털어버렸다. “제가 우승하는데 55개 대회에 출전했다는 기사가 나왔죠. 긴 시간처럼 보이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정상에 오르는 데 50번이 됐건, 100번이 됐건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승하는 방법도 배우게 되거든요.”


○“1타의 소중함을 깨달았죠”

최나연에게는 우승만큼이나 특별한 기록이 있다. 미국 진출 이후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컷 탈락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60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컷을 통과했다. 대단한 기록이다. 정상을 지키는 선수도 꾸준하게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다. 골프선수에게는 그게 제일 힘들다.



“희한할 정도였어요. 어떨 때는 1타차로 컷 위기에 있다가 마지막 홀에서 버디로 기사회생하기도 했고, 17번홀에서 이글을 잡아 컷을 통과한 기억도 있죠. 우승했을 때보다 그 순간에 1타의 소중함을 더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최나연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과정이 좋으면 결과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특이한 목표를 세웠다. “올해는 페어웨이 적중률을 높이고, 퍼팅과 평균타수를 줄이는 게 목표에요. 그렇게만 되면 당연히 우승도 하게 되겠죠.”


○세뱃돈 받던 손녀에서 용돈 드리는 숙녀로

남 앞에서는 크게 웃지도 않고 멋쩍은 듯한 표정만 지어 애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어린시절 최나연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장 예뻐하는 손녀였다. 어른들 앞에선 알고 보면 애교덩어리다.

“한복입고 세뱃돈 받으러 가는 게 가장 좋았어요. 집안에 여자아이가 저 혼자였던 탓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많이 예뻐해 주셨거든요.”

설날 또 다른 추억도 있다. “한번은 할머니께서 개량한복을 맞춰주셨는데, 치마가 아니라 바지였어요. 그러고는 아빠와 함께 한복을 입고 용인의 프라자 골프장으로 연습하러 갔던 기억이나요. 다행히 골프장에 사람이 없어서 덜 창피했죠.”

이번 설은 태국에서 보내야 한다. 당장 다음주에 개막전이 열리기 때문에 12일 태국으로 이동한다. “다행히 새해를 맞아 떡국은 먹었으니 그렇게 아쉽진 않아요. 설날에 제가 집에 있었으면 조카와 친척 동생들에게 용돈을 많이 뜯길 텐데 다행이죠. 집안에 애들이 워낙 많아서 한두 푼 가지고는 턱도 없거든요.”

리유니언(미 플로리다 주) | 주영로 기자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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