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스포츠동아DB
이봉주(40)는 2010년에서야 설 명절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었다. 마라토너들에게 1,2월은 한 시즌을 준비하는 전지훈련 기간이기 때문. 불혹의 나이까지도, 인간 한계에 도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했다. 바로 엄청난 훈련량이다.
심지어 신혼여행 때도 새벽에 일어나 유럽의 거리를 달렸다. 뛰는 것이 이제 버릇이 돼 선수생활을 접은 지금도 아스팔트 위를 질주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다.
워낙 자기관리가 철저한 이봉주는 선수 시절, 휴가기간이 아니면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허리띠를 풀어놓고’ 마시면, 술자리에서도 엄청난 지구력을 발휘했다. 주량은 어림잡아 소주 5~6병.
“뭐, 한창때는 그 이상도 마셨지유~.” 술을 잘 마신다는 남자들의 얘기에는 어느 정도 허풍이 들어가 있는 법이지만, 그의 구수한 충청도 억양에는 거짓이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선수시절, 휴가를 맞은 이봉주는 평소 호형호제하고 지내는 삼성전자 육상단 관계자들과 스키장으로 부부동반 여행을 갔다. 술 한 잔에 우정을 담아 나누다보니, 어느덧 시계바늘은 새벽 1~2시를 가리켰다.
다음 날 아침. 겨우 눈을 비비며 해장을 하려던 삼성전자 육상단 관계자는 깜짝 놀랐다. 이봉주가 자리에 없었던 것.
아침식사를 할 시각이 되자, 이봉주는 땀범벅이 되어 돌아왔다. 한 시간 이상을 달리고 돌아온 것이었다. 이봉주는 “땀을 흘리고 나면 도리어 술이 잘 깬다”고 했다. 이봉주의 해장비법은 달리기인 셈.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잦은 은퇴 이후에도 술 마신 다음날이면, 조깅을 통해 속을 푼다. “아직도 뛰는 게 재밌다”는 이봉주는 3월21일 2010서울국제마라톤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마스터스 마라토너들과 함께 10km 이상을 달릴 예정이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