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감독 부임 후 팀플레이 체질개선-꼴찌서 역대 프로농구 최다 40승 ‘타이’
정창진감독 부임후 팀 플레이 체질개선꼴찌서 역대 프로농구 최다 40승 ‘타이’
모비스와 동률 불구 득실서 밀려 준우승
9천여명 홈 팬들 “잘싸웠다”뜨거운 박수
“몇대몇이에요?” 기자석 바로 뒤편에 자리를 잡은 KT 신기성의 딸 지우(8)는 연신 창원에서 열린 LG-모비스전 점수를 물었다.
LG가 3점차까지 따라붙었다는 말에 밝아졌다가, 점수차가 또 벌어지자 굳어졌다. 두손을 모은 지우의 기도는 더 간절해졌다.
이미 사직실내체육관에서는 KT가 KT&G를 94-75로 대파한 상황. 경기장내 대형 화면은 곧바로 창원 경기를 비췄다. 9907명(올 시즌 최다관중)의 홈팬들은 모비스가 공격을 하자, “디펜스”를 연호하며 LG에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결국 모비스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홈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KT 서유열 구단주대행은 “40승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며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7일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KT는 프로농구 역대최다승(40승) 타이기록을 세우며 2위를 확정지었다. KT는 모비스와 정규시즌 성적(40승14패)과 상대전적(3승3패)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득실공방률에서 뒤졌다.
KT 전창진 감독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전 감독이 2009년 4월 부임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워크숍 준비였다. 체력·전술훈련 이전에, 뿌리 깊은 패배의식부터 손을 대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때 선수들의 목표는 대부분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다.
전 감독은 “포부가 작다. 우승의 목표를 갖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스타플레이어가 적은 KT는 선수 전원의 고른 활약이 필요했다. 개인기에 의존하기 보다는 많이 뛰면서 쉬운 기회를 만드는 전술훈련이 마련돼 있었다.
전술을 소화하기 위해서 강력한 체력은 필수. 전 감독은 강원도 태백 등지에서 하계훈련을 하면서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렸다. 함백산을 뛰어오르는 크로스컨트리는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 2009∼2010시즌 동안 KT를 상대한팀 선수들은 “워낙 상대가 많이 뛰니까, 우리도 힘들다”는 푸념을 자주 늘어놓았다.
정규시즌 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 KCC를 꺾으며 자신감을 확인한 KT는 시즌 내내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가용자원이 풍부한 포워드 진을 적극 활용하면서 토털농구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
패스 감각이 뛰어난 제스퍼 존슨과 포워드 진의 컷인플레이는 KT 농구의 대명사가 됐다. 존슨의 개인기마저팀 플레이 안으로 융화되는 모습.
박상오는 “이제는 내가 뛰면 내 가슴팍으로 패스가 들어온다 확신이 있다”며 탄탄한 KT의 조직력을 대변했다. 주장 신기성은 “비록 정규시즌 우승은 놓쳤지만 목표는 (챔프전) 우승”이라는 말로 플레이오프를 겨냥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