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자존심 상처…휴식도 반납
동부 장일 스카우트는 “일본이 현미경 야구라면, 한국 농구도 그에 못지않다”고 했다. 상대 에이스에 대한 분석과 대응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의미. 프로농구 출범 이후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다양한 협력수비 노하우가 축적된 결과다.
10일 LG와의 6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동부는 이중, 삼중의 자물쇠 수비로 상대 에이스 문태영(32)을 11점에 묶었다. 정규리그 득점1위(21.87점)의 자존심에는 금이 갔다. LG 박도경 전력분석원은 “문태영이 숙소에 돌아가자마자 (경기 장면이 담긴) DVD를 달라고 하더라.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11일 오전 LG의 슈팅훈련. 보통 전날 출장시간이 길었던 선수들은 오전 훈련을 건너뛰고, 오후 훈련에만 참가한다. 하지만 문태영의 시선은 링을 주시하고 있었다. 체육관 행을 자청한 것이다. 문태영은 “휴식이야 PO 끝나고도 할 수 있다”며 날을 갈았다.
오후 훈련이 시작되기 전 LG 강을준 감독은 문태영에게 말없이 1차전 기록지를 건넸다. 29점을 올린 동부 김주성의 기록과 비교해보고, 에이스로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라는 의미. 문태영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체육관에서 땀을 흘렸다. 문태영은 “1차전에서는 상대의 거친 수비에 다소 적응이 안됐지만 2차전(12일)에서는 나도 더 적극적으로 맞붙어 자유투라도 얻어낼 것”이라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창원|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