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먼저 유혹했다”…2001년 주부 납치사건 1심 담당 박성철 변호사 ‘내가 본 김길태’

입력 2010-03-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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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먼저 유혹했다며 뻔한사실도 잡아떼 중형”

“김길태라는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워낙 흉악무도하고 뻔뻔했던 경우여서 판결은 기억이 납니다.”

법무법인 정인 박성철 변호사(53·사법시험 22회·사진)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33)와 관련해 9년 전 자신이 재판했던 일을 이내 떠올렸다. 박 변호사는 2001년 부산지법 부장판사로 있을 때 30대 주부를 납치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씨 사건의 1심 재판장이었다.

김 씨는 1997년 7월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아홉 살 최모 양을 납치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3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지 한 달여 만인 2001년 5월 30일 새벽 사상구 덕포시장 주택가 골목길에서 또다시 30대 주부 A 씨를 납치·감금·성폭행한 혐의로 붙잡혔다. 박 변호사는 “당시 재판에서 김 씨는 ‘A 씨가 먼저 유혹해서 9일 동안 동거생활을 했다’고 딱 잡아뗐다”며 “A 씨가 합의금을 노리고 자신을 성폭행범으로 누명을 덮어씌우고 있다고 당당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A 씨의 손발을 묶어놓고 문을 밖에서 잠가 놓았으면서도, 김 씨는 ‘A 씨가 충분히 도망갈 수 있는 순간이 있었는데도 자신의 뜻에 따라 가지 않았다’고 조목조목 주장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었다”고 회상했다.

박 변호사는 “결국 사건 당시 맨발로 도주해 경찰에 신고했던 피해자 A 씨가 증인으로 나왔는데, A 씨는 분해 죽겠다며 법정에서 울면서 증언을 했다”고 재판 상황을 전했다. 그는 “김 씨가 워낙 확실하게 부인을 해 A 씨를 감금했던 김 씨의 집 옥탑방에 현장검증까지 나갔지만 아무리 봐도 진실은 명확했다”면서 “당시에는 성폭행범에게 기껏해야 징역 7, 8년을 선고했는데 김 씨는 개전의 정이 없어서 당시로서는 굉장한 중형이었던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것 말고는 신체에 위해를 당한 것은 없다”는 이유로 김 씨의 형량을 징역 12년에서 8년으로 낮췄다. 그리고 8년 후 만기 출소한 김 씨는 9개월 만에 이유리 양(13)을 납치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김 씨가 또다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는 소식에 박 변호사는 “충분히 그럴 만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8년간의 복역기간에 동료 수형자를 폭행하는 등 7차례 교도소 규율을 어겨 접견이나 운동이 금지되는 ‘금치’ 및 경고 등의 징계를 받았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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