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검거 후 사형제 존폐 논란 다시 거세져

입력 2010-03-11 14:48:11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사형제 부활시켜야…”
종교·인권·시민단체 “사형제는 인간의 생명권을 부인하는 것”


조두순 사건에 이어 이번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사건까지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사형제 존폐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사형제 존폐 논란은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서 ‘사형제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10일 검거된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용의자 김길태를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해지면서 급속히 사형제 찬성으로 기우는 상황이다.

좋지 않은 여론을 인식한 듯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정치권의 반응도 여기에 한몫 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길태의 체포 사실을 거론한 뒤 “사형이 확정된 자 중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성폭행범이나 연쇄살인범은 선별해 신속히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또 그것이 정의와 법치주의에도 맞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도 11일 성명을 통해 “법무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은 현재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 59명 중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고 있는 아동성폭력 범죄나 연쇄살인범 등 극악범죄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즉각 사형 집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사형제에 반대하는 입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동안 ‘사형제 폐지’를 요구해온 종교·인권·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5일 헌재의 합헌 결정 후 “인간의 생명권을 정면으로 부인한 시대착오적 판결”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헌재의 결정은 헌법 10조(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와도 정면으로 어긋난다”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고,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이기도 한 한국의 위상에도 먹칠을 한 결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헌재의 결정이 ‘사형집행 재개’와는 무관한 것이므로 국회가 나서 ‘사형폐지특별법’을 통해 사형을 제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는 현재 57명이 사형 확정 상태에 있으나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에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후 12년 동안 집행하지 않아 국제 엠네스티에 의해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용진 동아닷컴 기자 aur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