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황태자’ 녹슬지 않았다

입력 2010-03-15 15: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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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 엘스 PGA CA챔피언십 우승
2년만에 감격 키스…통산 61승째
“머리카락 쭈뼛 서는 것처럼 짜릿”
황태자가 돌아왔다.

‘빅이지’ 어니 엘스(남아공)가 미 PGA 투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CA챔피언십(총상금 850만 달러)에서 2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골프황제가 빠져 찬바람이 부는 PGA 투어에 불어온 오랜만의 훈풍이다.

엘스는 15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도랄골프장 블루TPC(파72·726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쓸어 담았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적어내 2위 찰 슈워젤(남아공·14언더파 274타)을 4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08년 혼다 클래식 우승 이후 PGA 투어에서 2년 만에 거둔 우승이다. PGA 투어에서 기록한 17번째 우승이자 개인 통산 61승째다.

엘스는 2004년에도 같은 코스에서 열린 CA챔피언십에서 우승해 WGC 시리즈에서 두 차례 이상 우승한 다섯 번째 선수가 됐다.

엘스의 우승은 PGA 투어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불륜스캔들로 빠진 우즈의 공백으로 인기가 시들해진 PGA 투어에선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스타가 필요하다. 엘스는 한때 우즈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던 스타들 중 한명이다. ‘이지스윙’으로 불리는 교과서적인 플레이로 미국 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1994년과 1997년 US오픈을 제패하는 등 우즈, 미켈슨 등과 삼각구도를 형성했던 엘스는 2000년대 들어서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올 들어서는 컷 탈락 없이 두 차례 톱10을 기록한데 이어 우승컵까지 차지하며 전성기 때 실력을 회복했다. “나는 이제 마흔살이고 힘든 길을 걸어 왔다.

우승 순간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처럼 짜릿했다”고 엘스는 소감을 밝혔다.

앤서니 김(25·나이키골프)과 양용은(38)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4타를 줄인 앤서니는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22위에 올랐다. 양용은은 이날만 7타를 줄이면서 무려 26계단 뛰어오른 공동 30위(3언더파 285타)로 경기를 마쳤다. 양용은은 3라운드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나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4라운드에서 화끈한 버디쇼를 펼치며 마스터스를 2주 앞두고 다시 상승 분위기를 탔다.

올 시즌 7개 대회에 출전해 혼다클래식에서 한 차례 컷 탈락했을 뿐, 나머지 6개 대회에서는 모두 컷을 통과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캐빈 나(27·타이틀리스트)는 이븐파 288타로 공동 50위에 그쳤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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