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멀리건] 나상욱 PGA 1승, 가장 필요한 건 ‘행운’

입력 2010-02-16 13: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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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PGA 투어, LPGA 투어 등에서 활약하는 해외파들과 인터뷰를 하다보면 이들에게서 뚜렷한 공통점을 찾게 된다.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고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부정적인 단어들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가 종목별 최고 선수들이 경쟁을 벌이는 메이저리그, PGA, LPGA에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

기자는 최근 LA 인근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벌어졌던 노던트러스트 오픈에서 케빈 나(나상욱)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8살 때 미국에 이주한 나상욱은 미국 시민권자다. 그의 부모들과도 한인타운에서 식사하며 스포츠 선수들의 애환 등에 대해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나상욱(27)은 최연소 PGA 투어기록 보유자다. 18살에 프로로 데뷔했다. 어린 시절부터 LA 인근에서는 주목받은 유망주였다. 일찍 프로에 데뷔해 아시아 투어, PGA 2부리그 네이션와이드 투어 등을 포함하면 4번 우승 경력이 있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PGA 투어에 뛰어 들었으나 아직 우승이 없다.

지난 15일(한국시간) 페블비치에서 끝난 AT&T 프로암 대회까지 포함하면 총 164개 대회에 출전해서 무관이다. PGA 최고 성적은 3위다.

기자는 “우승하는데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상욱은 “지난해까지 해볼 것은 다 해봤다. 행운만 따라주면 된다”고 답했다. PGA 투어에서 기량도 중요하지만 우승을 위해서는 행운이 따라 줘야 한다는 게 나상욱의 지론이다. “2008년까지는 투어 카드 유지가 목표였는데 이제 그런 걱정 없이 대회에 출전한다. 너무 일찍 프로에 데뷔해 부족한 점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PGA 투어 경험도 많이 쌓아 올해는 자신감 있게 대회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승만 빠져 있다는 것이다.

“드라이버, 아이언 샷, 쇼트게임 가운데 드라이버의 비거리가 짧아 우승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드라이버도 괜찮다”고 잘라 말했다. 드라이버 비거리 때문에 우승을 거두지 못한 게 아니다는 얘기였다.

나상욱은 지난 8일 끝났던 노던트러스트 대회에서 20위 진입이 목표였다. 가족들도 20위 진입을 애타게 기다렸다. 18일부터 애리조나 투산 인근에서 벌어지는 WGC 액센추어 매치 플레이 출전여부가 노던트러스트 대회 순위와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종일 보기 없이 5언더파를 작성하며 공동 10위를 마크, 세계랭킹 62위로 도약하면서 안정권으로 매치 플레이에 출전하게 됐다. 벤 호건 조에 편성된 나상욱은 첫판에 북아일랜드의 영건 로리 맥킬로이와 대결한다.

64명이 벌이는 매치플레이는 처음 출전이다. 나상욱은 마스터스, US오픈 등 4대 메이저대회에서도 지난해 PGA 챔피언십이 유일한 출전이었다. 상위 랭킹으로 도약하지 못해 매치플레이 및 메이저대회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 PGA 투어에서 1승도 없는 선수들의 비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지난 시즌 26차례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9차례 진입해 총 상금 272만4825달러를 벌어 들였다. 올해도 조짐이 좋다. 비록 15일 끝난 AT&T 대회 주말라운드에서 이틀연속 오버파로 3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에 실패했지만 아이언 샷과 쇼트게임 등이 매우 안정돼 있다. 올 시즌 그가 강조하는 우승의 행운이 지켜줄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LA |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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